마을의 허한 기운 ‘나무’로 막아 대대손손 잘살아보세

발행일 2016-10-2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8> 경북의 마을 숲

개천을 따라 작은 대나무밭과 몇 그루의 밤나무가 마을의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향 마을 앞으로 실개천이 흐른다. 처마 끝을 맞대고 사는 웃각단이 함께 쓰는 공동 우물도 하나 있다. 샘 안으로 잔뿌리를 드리우고 있는 늙은 향나무 덕분에 물맛이 향긋했던 우물. 장골 두 사람이 팔을 맞잡아야 겨우 껴안을 만큼 굵은 향나무는 속을 비우고 꾸부정한 채로 수백 년의 나이를 자랑하고 있었지. 내 고향이 아니어도 나는 짙게 우거진 어느 마을 숲 앞에 이르면 심호흡을 하며 숲의 체취를 흡입한다. 숲을 보고 숲 속을 놀이터로 알고 자란 내 유년의 기억들 때문인지 나는 숲이 주는 특별한 정감에 온몸과 맘을 맡기게 된다.

마을을 에운 숲들은 모두 특별한 이야기를 안고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이름과 나이와 키, 그 이상의 서사를 지니고 산다. 숲과 마을과 사람이 서로 기대고 살아가는 내력은 물론 숲이 주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또한 숲을 이룬다. 마을 숲은 마을의 역사를 먹고 자란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태백과 소백산을 태토로 한 경상북도는 많은 지류들이 모여 낙동강을 만든다. 그리고 크고 작은 물길이 이어지는 자리에 마을을 이룬다. 개울과 들녘을 내려다보는 양지 바른 언덕바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앞에 가림막 숲이 잘 조성되어 있는 마을은 더욱 안온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숲은 마을을 지키고 마을은 숲을 키웠던 조상들의 지혜, 그래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숲의 이야기는 곧 마을의 내력이기도 하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더 정겨운 경북의 아름다운 마을 숲길을 찾아 걸으며 그 마을의 내력과 함께 숲이 주는 서사를 체감한다. 영양의 주실마을 숲, 의성의 사촌마을 숲 그리고 성주의 성 밖 숲에 깃들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깊어가는 가을날의 여정이 더욱 절절해진다.

◆영양 주실마을 숲

김정식/담나누미스토리텔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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