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에 빼앗긴 시선, 살짝 돌려보니 고요한 공간에 많은 이야기 숨어있네

<10> 청도 대적사 극락전

2017.03.14

보물 제836호 대적사 극락전은 사바세계에서 극락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반야용선을 상징한다.<br>
보물 제836호 대적사 극락전은 사바세계에서 극락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반야용선을 상징한다.


극락전이 반야용선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법당 내 인로왕보살 벽화를 통해 알 수 있다.<br> 인로왕보살은 극락의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로 알려져 있다.<br>
극락전이 반야용선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법당 내 인로왕보살 벽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인로왕보살은 극락의 길로 인도하는 길잡이로 알려져 있다.

깨달음의 세계로 중생들을 태우고 거친 바다를 건너가는 반야용선. 불교의 사바세계에서 극락으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상상의 배이다.
생사고해를 건너면 도착하는 행복한 서방정토 세상을 피안이라 한다.
극락세계로 향하는 도구로 용이 끄는 거대한 용선이 있다.
용이 뱃머리가 되어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이 배는 반야(般若), 즉 깨달음의 지혜를 의미한다.
사찰 건축에서는 불교가 전래한 용선을 법당에 비유하여 기단을 선체인 듯이 상징하여 구성되기도 한다.
법당건물을 반야용선으로 표현한 경북 청도군 화양읍 대적사를 찾아본다.

보물 제836호 극락전을 품고 있는 대적사는 청도 와인터널 뒷산에 있다.
휴일이면 몰려든 방문객들로 넓은 주차장에는 수많은 차와 사람들로 북적댄다.
와인터널을 지나 호젓한 산길을 잠시 걷는다.
중생들이 사는 사바사계에서 방금 벗어나니 완만한 언덕길에는 청량한 공기가 가득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천천히 오르면 10분 정도 거리이니 산길 입구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절 입구에 다다르면 부도 하나가 고즈넉이 앉아있다.
승려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는 작은 탑이고, 작은 절이라고 할 수 있다.
종형의 부도에는 1752년에 봉안된 풍엄대사의 것이라는 글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원래는 10여 기의 부도가 있었다고 하나 6ㆍ25전쟁 중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오로지 한 개 살아남은 이 부도의 강한 여운은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를 가진 절집 공간이 시작됨을 느끼게 한다.


◆고색창연한 단청 빛깔에 탄성절로 나

돌계단을 힘차게 오르니 양쪽에 인왕상이 그려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잡귀의 범접을 막고 중생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입구이다.
작은 절이니 대형 사천왕상은 없고 인왕상으로 수문장 역할을 한다.
먼저 보물인 대적사 극락전이 정면으로 맞이해 준다.

이 법당에서 풍기는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작은 경내에는 인적이 없다.
이처럼 대단히 적적해서 대적사라 이름 짓지는 않았을 것이나 새소리, 바람소리 외에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극락전, 명부전, 산신각, 패엽실과 향각 등 요사체가 전부인 작은 절집이다.
큰 고요함이라는 대적(大寂)은 텅 비어 있는 상태를 묘사한 불교 용어인 적묵ㆍ적정 등으로도 표현한다.

대적사는 신라 헌강왕 2년(876)에 보조 선사 체징(804년~880년)이 창건한 사찰로 전한다.
당나라에 가서 수도하고 귀국한 보조선사는 구산선문 중 가지산문의 제3대 조사이다.
고려시대에는 보양 스님이 중창하였다.
1592년 임진왜란 때 화재로 폐허가 된 사찰을 1635년 초가 3칸을 짓고 대적사라 했다.

조선 숙종 15년(1689) 서월 성해가 삼존불을 모시고 크게 중수하여 사찰의 면모를 갖추었다.
극락전은 서방극락정토 주불인 아미타불을 모시는 대적사의 주전각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주불전 가운데 대웅전 다음으로 많은 건물이 극락전이다.
조선후기인 18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공포를 갖춘 맞배지붕 건물이다.
퇴락을 거듭하던 절이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며 단아한 모습으로 살아있다.

조용히 법당문을 열고 합장한 후 장엄의 세계로 들어간다.
고개 들어 천장을 보니 고색창연한 단청 색상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극락전 천장은 건축요소의 개념을 초월하여 생명력의 기가 충만한 공간으로 펼쳐졌다.
극락전이 반야용선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법당 내부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법당 내부 좌측 벽면에는 극락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인로왕보살의 벽화가 있다.
형형색색의 천이 나부끼는 번을 들고 있는 이 보살은 인솔자이므로 반야용선의 선두를 맡는다.
지장보살, 혹은 관세음보살은 배의 선미에서 안전운행을 담당한다.
그 옆으로 시선을 끄는 그림은 거인이 도자기 대접 같은 그릇에 다섯 명의 사람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는 장면이다.
수평적인 반야용선 대신에 거인이 하늘로 단숨에 들어 올려주는 방식을 보여주는 벽화이다.
두 보살의 벽화는 극락전 법당이 반야용선이기도 함을 불교의례 양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대적사의 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
고개 들어 위만 보려하지 말고 시선을 낮추고 보면 꿈틀대는 생명의 경외로움을 만날 수 있다.
다시 극락전 건물의 외부 정면에 서서 기단부분을 특히 주목해야 된다.
이 법당은 화강암 기단을 여러 가지 다양한 무늬로 장식하였다.


◆극락정토 이끌 반야용선 오늘도 항해한다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모양이 극락전 계단 우측 소맷돌에 새겨져 있다.<br>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모양이 극락전 계단 우측 소맷돌에 새겨져 있다.
1752년에 봉안된 풍엄대사의 부도가 절 입구에 고즈넉이 앉아있다.<br>
1752년에 봉안된 풍엄대사의 부도가 절 입구에 고즈넉이 앉아있다.
기단의 대형 판석 둘레에는 H자형의 선각이 연속으로 새겨져 돌로 된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다.<br>
기단의 대형 판석 둘레에는 H자형의 선각이 연속으로 새겨져 돌로 된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극락전 기단 우측에 양각으로 새겨진 거북과 연꽃 문양.
극락전 기단 우측에 양각으로 새겨진 거북과 연꽃 문양.
기단 축대석의 조각 부분을 확대해 보면 큰 거북이 늑장 부리는 어린 거북을 물고 데려가는 모습이 보인다.<br>
기단 축대석의 조각 부분을 확대해 보면 큰 거북이 늑장 부리는 어린 거북을 물고 데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기단은 2단으로 조성되었는데 상층기단의 전면에 연화문과 거북, 게 무늬 등이 돋을새김 되어 있다.
대형 판석 둘레에는 H자형의 선각이 연속으로 새겨져 있다.
문양을 새기기 위한 화강석으로 된 캔버스 역할을 하고 있다.
계단 우측 소맷돌 기단에는 용비어천도가 새겨져 있다.
용이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모양이 장엄되어 있다.
비늘도 매우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이는 기단 축대를 바다로 상징화하여 중생들을 태우고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지혜의 반야용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용이 배를 이끌며 항해한다는 용선의 상징이다.

태극 또는 동심원 문양 같은 파도가 있고, 꿈틀거리는 용도 있으니 이 기단은 바다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극락전은 배다.
반야용선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으로 표현되는데 극락으로 가는 구원의 배를 의미한다.
이 배에 오를 것이라는 상상의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기단 축대석의 조각 부분을 자세히 음미해 본다.

가운데 부분에 큰 거북이 늑장 부리는 어린 거북을 물고 뒷걸음질로 데려가는 익살스런 모습이 보인다.
그 아래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한 마리도 새겨져 있다.
거북과 게도 배에 오르려 함은 마찬가지다.
그 옆으로 커다란 연꽃 문양이 있고 꽃 속에 어린 거북이 놀고 있다.
마치 이중섭의 담배 은박지 그림 속에 나오는 게와 물고기처럼 앙증맞고 귀엽다.
또 다른 좌측 소맷돌 끝에는 걸음이 더딘 작은 거북 한 마리가 매달려 있다.
늦었지만 극락으로 향하는 반야용선에서 내려준 밧줄을 꼭 잡고 오르려는 악착동자처럼 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꼭 구원을 얻어야만 하는 대중의 염원이, 그리고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자 하는 부처님의 자비심이 표현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 기단부가 생명력으로 충만한 화엄의 세계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적사의 극락전 기단부를 바다로 상상하는 것처럼 법당의기단이나 주춧돌에 게, 거북, 물고기 형상이 각인된 곳은 해남 미황사, 여수 흥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성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내륙 깊숙이 자리한 청도에 그러한 사찰이 있다는 점에서 대적사는 더욱 특이한 가람인 것이다.
극락전이 반야용선이라면 대적사가 자리 잡은 동학산 중턱에서 출발해 동창천으로 흘러들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낙동강을 따라 남해바다로 항해하는 꿈을 꿀 수도 있다.

법당의 기반이 되는 기단을 축조할 때 소규모 절에서는 막돌 쌓기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잘 다듬어진 장대석이나 넓은 판석으로 축대를 마감한다.
대적사 극락전의 기단은 넓은 판석으로 되어 있으니 먼 옛날에는 대가람이었음이 짐작된다.
사용된 돌의 색상이나 성질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임란 때 폐허가 된 것을 다시 짓는 등 천 년 세월동안 목조건물은 증축을 거듭했었다.
그러나 기단부분은 불에 타거나 훼손되지 않아 계속 그 석재를 그대로 사용했었다.
그래서 이 익살스런 문양들은 이미 천 년 전에 새겨진 것 일 수도 있다.
청도 대적사에는 극락전이 있어 눈 밝은 사람에겐 볼거리가 많은 절이다.
법당이 거친 바다를 건너 극락으로 가는 배, 반야용선임을 기단에 새겨진 바다 생물들로 알 수 있다.
이를 세긴 석공들의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절집 천왕문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는데 밝은 햇살을 보니 봄기운이 화들짝 찾아든 것 같다.
반야용선 노 젓는 소리가 절 밖에 나와도 윙윙대며 귓전을 울린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와인터널 마당과는 다르게 대적사는 텅 비어 있어도 반야용선이 있어 참 대단하다.
글•사진=박순국 언론인
■ 이 기사는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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