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차 한 잔의 여유…황남빵 곁들이면 웬만한 브런치 안 부러워

발행일 2018-12-23 20:03: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87> 빵집과 찻집

황남빵의 원조를 주장하는 창시자의 맏이집에서 운영하는 ‘최영화빵’.


힐링이라면 차를 마시면서 조용하게 편안하게 아늑하게 명상하는 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쉼의 시간’을 머리에 둘 수도 있다. 차를 마시는 일은 정신을 수양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할 정도로 과거에는 차 문화가 엄숙했던 것 같다. 다도라는 이름을 붙여 예법을 따로 공부해야 제대로 차를 마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니 차 문화에 대한 공부도 간단치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역사가 깊다. 산업화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맥이 끊어졌다가 고전을 찾듯 다시 부활하는 조짐이다. 경주지역에서도 차 문화의 맥을 이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차 문화는 최근 커피, 카페문화로 대중화, 변질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수양과 예법을 중시하는 차 문화는 한 편으로 밀려나 있다. 커피와 함께 대중적으로 파고든 카페문화는 빵과 브런치를 대동하고 나타나 확산되고 있다.

경주에는 고유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빵들이 많다. 일제강점기부터 맥을 이어오면서 경주 고유브랜드로 자리잡은 황남빵을 비롯해 원조를 고집하는 최영화빵도 경주시민들에게는 황남빵 못지않게 인지도가 높다. 황남빵과 유사한 모양과 맛을 자랑하는 경주빵, 찰보리빵, 주령구빵, 주상절리빵 등 이름도 경주를 상징하고 있다.

하여튼 경주는 역사문화사적을 감상하면서 빵과 차, 커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힐링도시임에 틀림없다.

◆경주 차의 역사

“멀리 고향을 떠나 쓸쓸한 마음이여/ 옛 부처와 산꽃들로 적적함을 달래노라/ 철 다관에 차를 달여 손님에게 대접하고/ 질화로에 불을 지펴 향을 사른다/ 늦은 봄 바다에서 떠오른 달 사립문에 들어오고 비 그친 산속에는 사슴들이 뛰놀겠지/ 길을 찾는 나그네 마음 서로 아담하니 밤 새워 맑은 이야기 나누어도 좋으리라” 매월당 김시습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일동승 준장로와 이야기하며’ 한시를 이달희 시인이 풀이한 시다.

우리나라 차의 문화는 흔히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는 기록들이 여기 저기 문헌에서 밝혀지고 있다.

신라시대 흥덕왕, 경덕왕 시기에 차에 대한 기록들이 있어 일찍이 우리나라에 차 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교각 지장보살은 신라에서 차씨를 가지고 중국으로 들어가 금지차를 퍼뜨려 신라 차 문화의 발달을 알게 했다.

단석산 마애불상군과 함께 조각된 헌다하는 사람의 모습, 기림사의 헌다화 등은 우리나라 차 문화의 오랜 역사를 설명하는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차 문화를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차성으로 ‘초의 선사’를 꼽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 선차의 맥을 잇고, 초암차로 발전시켜 일본에서 그 정신을 잇게 한 매월당 김시습이 차에 정통하였으며 진정한 차성이라 주장한다.

매월당은 초의보다 350여년 앞선 인물로 차의 정신과 법제, 사상을 종합적으로 구비한 인물이라는 평이다. 차인 이달희 시인은 “초의보다 다산, 다산보다는 매월당이 다성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차의 맥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차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통해 즐기면서, 각종 행사장에서 시연하는 등으로 차 문화를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차 문화를 즐기거나 사찰에서 차 문화는 드물게 이어지고 있는 정도다.

경주 기림사에서는 김교각, 김시습 등의 차 문화를 이어받아 차나무를 직접 재배하고, 차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유통시스템까지 접목해 차의 문화를 대중화하고 있다. 또 산업화의 길을 걸으며 신라 차의 문화성지 복원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기림사의 ‘기다림’은 직접 제조한 차를 판매하고 맛보게 하는 다실이다.

매년 신라문화원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충담재도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차 문화를 계승하는 행사다. 신라문화원이 서악서원에서 선비체험 등의 행사를 기획 운영하면서 다도체험을 진행하는 것도 차 문화를 잇는 노력으로 눈길을 끈다.

경주 보문의 아사가 차관은 우리나라 차 문화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고, 차에 대한 정신과 예법을 익히고,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사가 차관의 김이정(56) 관장은 “차 문화를 통해 인성이 개발되고, 국민적 정서를 지키는 근간이 되기도 했다”면서 “일본과 중국에 차 문화를 보급한 역사를 되돌려 차 문화 보급을 위한 노력들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오늘 경주의 찻집, 카페

전통찻집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정원 분위기로 이름난 백년찻집 대문.
경주에 찻집이라고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아사가 차관이 겨우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전통차를 제조하는 곳은 산내면 감산다향이 유일하다 할 정도다. 아사가 차관에서는 녹차, 황차, 말차, 오룡차, 보이차 등의 깊이 우러난 차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이어 대추, 생강, 모과, 오미자, 매실, 유자, 율무 등의 대용차와 국화, 홍화, 허브 등의 화차도 맛볼 수 있다.

경주지역에서 차 문화는 대부분 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카페문화로 변화돼 발전하고 있다. 전통찻집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전통차를 구경하기는 힘들게 됐다. 백년찻집과 같은 한방차류를 취급하는 곳이 더러 있고, 대부분 커피를 중심으로 카페문화로 변화됐다.

추령재 분수령에 옛날식 향수를 자극하는 분위기의 전통찻집 ‘백년찻집’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경주시가지에서 백년찻집으로 가는 길이 덕동댐을 지나 구불구불 돌아가는 산길로 절경이다. 백년찻집은 전통찻집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다양한 재료로 자체 제조한 백년차를 비롯해 대추차, 유자차 등의 전통차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주변 분위기를 중국 왕실의 정원처럼 다양하게 테마별로 특별한 조경과 야생화 등으로 조성하고 있어 포토존이 된다.

현대적 감각으로 변화된 카페는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경주시가지에는 한집 건너 한집 정도로 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카페로는 교촌마을에 내부에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 ‘카페사바하’,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창작공간과 아카데미,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는 현곡의 ‘jj카페’ 등이다.

현곡 한적한 곳에 대규모 부지에 공원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쉼터기능을 강조한 ‘명가’, 보문호수의 절경을 배경으로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에 설치한 카페, 경주엑스포의 경주타워 전망대에 설치한 ‘구름 위에 카페’ 등도 이색적이다.

경주시가지에서 옛날식 다방으로 8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청기와다방’은 봉황대거리에 명물로 남아 있다. 안강과 감포 등의 농촌과 어촌지역에는 농민들과 마도로스가 즐겨찾던 옛날식 다방,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는 한편 커피를 배달하는 출장식 다방의 형태로 남아 있다.

◆경주의 빵집

경주지역 특산물로 전국에 알려져 있는 경주빵의 대표적인 브랜드 ‘황남빵’ 전경.
경주는 빵집이 유별나게 많다. 경주의 관문인 경주역과 신경주역에 들어서면 황남빵과 경주빵 등의 빵집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빵집 열전은 역사문화사적지로 이어지면서 더욱 많아진다.

경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빵은 ‘황남빵’이다. 일제강점기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의 맛이 3대째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남빵과 같은 맥을 잇고 있는 ‘최영화빵’은 경주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황남빵과 비슷한 모양에 비슷한 맛을 가진 경주빵도 경주를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경주빵과 대부분 점포를 같이 열고 있는 ‘찰보리빵’은 보리를 주 재료로 만들어지는 건강식이다.

경주의 특별한 문화재 주령구 이름을 따 주령구를 닮은 ‘주령구빵’, 완두콩으로 속을 채운 ‘곤달비빵’도 경주 빵의 대표브랜드를 넘보고 있다. 치즈로 만든 빵과 오후 늦은 시간이면 절판돼 살 수도 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주역 가는 길 옆의 ‘부산찐빵’도 경주의 빵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차의 주제는 화합이 되어야”소통의 장 통해 차 보급 집중아사가 차문화원 김이정 관장
김이정 관장
아사가차문화원 김이정(56) 관장은 우리나라 차 문화의 전통예법과 제조법 등에 대한 전수와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우리나라 차의 지킴이다.차 문화는 차를 마시기 위해 필수적으로 쓰이는 다기의 발전을 대동하게 된다. 우리나라 다완 제조법은 임진왜란을 즈음해 도공들이 대거 일본으로 끌려가다시피 해서 일본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지금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이 한국인이 제작한 기자이에몽다완(이도다완), 정호다완이라고도 부르는 다완 20여점을 국보로 지정하고 있다.한국의 전통다완은 정호다완으로 시골의 섬머슴 같은 소박한 그릇이다. 다완을 따라 차 문화, 예법도 화려함에서 벗어나 소박하게 변화했다.김이정 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먹는 사발도 토기로 만들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순박한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자연스런 다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는 일본이 우리나라 다완보다 훨씬 아름다운 다완을 구워내고 있다”고 말했다.김 관장의 ‘아사가’는 신라시대 차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원효대사와 함께 수련했던 여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아사가차관의 ‘아사가다완’은 특별 주문해 제작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김 관장은 “기림사에서 20대에 마셔본 차 맛에 반해 차에 대한 공부에 빠져들어 지금껏 30년이 훌쩍 넘도록 차 문화 공부와 보급에 매달리고 있다”며 “아사가에서 13년째 매월 2회씩 차회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김 관장은 차 문화의 확산을 위해 아사가차관을 열어 매월 정기적인 차회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강생들을 모집해 다도, 중국차 중급반과 고급반, 향도 등의 강좌를 개설 운영한다.김 관장의 차 문화 보급을 위한 열정은 국제적이다. 사비를 들여 매년 세계차문화축제를 열어 우리나라 차의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그는 “세계차문화축제를 통해 차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스리랑카, 대만까지 5개국 차 문화 종사자들이 참여해 90여개 부스에서 차 문화보급과 교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이어 “차문화축제는 앞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젊은이들은 세대차이로 인내가 부족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등으로 정신문화가 차이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소망하며 차 문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 관장은 또 “차의 주제는 화합이 되어야 한다. 차의 정신인 중정(中正)에도 화합이 포함되어 있다”며 “화합의 장을 만들고, 소통하는 교류의 장이 되고, 인성 개발 가교역할을 하는 차 문화 보급을 위한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차 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의지를 밝혔다.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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