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대구 FC, 숨은 조력자 ‘엔젤클럽’

발행일 2018-12-19 19:32:2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FC 금자탑 일등공신 ‘시민 엔젤’…선수들 향한 무한 사랑은 못말려~

지난해 11월28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천사데이’ 행사. 천사데이는 대구FC의 클래식 잔류를 기념하고 1천4번째 회원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현대판 국채보상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국채를 국민의 모금으로 갚기 위해 전개된 국권 회복 운동으로 1907년 2월 대구에서 발단이 됐다.

이 정신을 이어받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 구단 대구FC의 든든한 후원자인 대구FC ‘엔젤클럽’이다.

엔젤클럽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대구FC를 후원하고자 2016년 탄생,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면서 2018 KEB 하나은행 FA컵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는 데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자발적인 ‘후원 릴레이문화’를 엔젤클럽이 선도하고 있다.

◆엔젤클럽의 탄생

대구FC 경기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는 엔젤클럽 회원.
시민 프로축구 구단의 공통점은 재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2003년 창단한 대구FC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구는 뛰어난 안목으로 좋은 선수를 발굴했지만 치솟는 선수의 몸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자연스럽게 ‘셀링클럽’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층이 얇아진 대구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고 K리그 승강제가 도입된 2013시즌 강원FC에 밀려 2부 리그(K리그 챌린지)로 떨어졌다.

이후 2014~2015시즌 2부 리그에 머무르며 대구FC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2013년 이호경 대영에코건설 대표이사, 강병규 전 대구시 감사관 등이 대구FC의 재정 조달 방안에 대해 대화하던 중 ‘릴레이 후원사업’을 추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다.

이후 2015년 2월 배장수 진명전력 대표이사를 1호 회원으로 영입, 릴레이 후원사업에 참여하는 회원을 ‘엔젤’이라고 통칭했다.

대구가 1부 리그 승격을 향해 도약하는 2016시즌. 시민 구단의 든든한 후원자, 버팀목을 자처하며 ‘엔젤클럽’이 탄생했다.

엔젤클럽은 대구시민의 힘으로 제대로 된 시민구단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2016년 7월25일 창립 발대식을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엔젤클럽은 회원 1인당 연간 100만 원씩 후원하는 ‘엔젤’, 연간 1천만 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 월 1만 원 후원하는 엔시오(엔젤+소시오의 합성어)로 구분된다.

현재 엔젤클럽 회원은 모두 1천800여 명에 달한다.

◆엔젤클럽, 못 말리는 사랑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이 엔젤클럽에 기증한 업무용 차량.
대구FC를 향한 엔젤클럽의 사랑은 무한함을 넘어 못 말리는(?) 정도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때는 지난해 9월24일 전북현대와의 경기. 이 경기에서 대구가 VAR 판정으로 두 골이나 취소당하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대구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항의하는 뜻의 걸개를 내걸었고 프로축구연맹은 대구 구단에 1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엔젤클럽은 곧바로 모금 운동에 들어갔고 열흘 만에 약 3천만 원이 모였다. 1인 10만 원 한도 규정을 정했음에도 저금통을 털어서 모금에 동참하는 학생도 나왔다.

하지만 구단 측에서 팬들이 모은 돈을 벌금으로 쓸 수 없다며 직접 부담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은 자비를 털어 업무용 차량 한 대를 엔젤클럽에 기증했다. 차량 랩핑은 지역 차량 랩핑 업체인 윤경일 글로벌에스피 대표가 무료로 했다.

공진당 100개를 내놓는 회원, 국산 콩으로 생산한 된장 세트를 전달하는 회원 등 대구FC 바라기 엔젤클럽 회원의 사랑은 끝이 없다.

이 같은 사랑은 타 구단이 대구FC를 부러워하는 이유다.

단적인 예로 대구는 2018년 동계 전지훈련을 중국 쿤밍 현지에서 실시했다.

이때 엔젤클럽은 대구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전지훈련장을 찾았다.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과 방문단은 자체적으로 금일봉(500만 원 상당)을 마련해 선수단에 전달했고 선수단 회식까지 책임졌다.

이 같은 소식은 부산 아이파크와 중국 프로팀에게 입소문으로 전해졌고 단숨에 부러움이 대상이 됐다.

엔젤클럽의 활동으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타 구단은 늘고 있다.

◆만원의 만원(滿員) 캠페인

엔젤클럽은 대구FC의 새로운 축구전용구장을 가득 메우기 위한 대구 축구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시민엔젤’ 엔시오.

엔젤과 소시오(FC바르셀로나의 팬 클럽)를 합성한 단어로 엔젤의 후원릴레이 정신을 가진 후원자를 뜻한다.

월 1만 원(1년 이상) 구단 계좌에 자동이체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시 K리그 1년 입장권과 사인볼, 엔젤 배지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엔젤클럽과 함께 할 수 있다.

엔시오 릴레이를 진행하는 김완준 엔젤클럽 엔시오 본부장은 “향후 엔시오 1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이후 20만 명 등 보다 많은 대구시민이 엔시오로 가입해 대구가 축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의 연속

엔젤클럽은 지역 축구 스킨십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대구FC엔젤클럽 회장배초청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월드컵 휴식기인 지난 6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대회에 참가한 단체 모습.
엔젤클럽은 대구를 축구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에 열린 ‘제1회 대구FC엔젤클럽회장배 초청축구 대회’다. 2017년 대구경북의사축구단의 엔젤클럽 단체가입 기념으로 친선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지역 각 전문가 단체와 축구 스킨십을 확대하기 위해 대구FC엔젤클럽회장배 초청축구 대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특히 축구 경기가 없는 비시즌인 겨울에는 회원 간 친목을 다지고자 ‘대구FC엔젤클럽 수요만남의 날’을 열고 있다. 수요 만남의 날은 엔젤 회원이 1천 명을 넘어서면서 사무국에 업무 부하가 걸려 일일이 새롭게 가입한 엔젤을 못 찾아다니게 되면서 쌓인 일부 엔젤의 불만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매주 수요일 오전 만촌동 호텔 인터불고에서는 만남의 날 행사가 열린다.

친목 이외에도 대구ㆍ경북지역의 대학,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달 8일 대구와 울산 현대의 FA컵 결승 2차전에 엔젤 회원과 엔젤클럽과의 협약기관의 2천500여 명이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엄태건 엔젤클럽 본부장은 “엔젤이 더 많이 모일수록 대구FC 선수들에게 더 큰 힘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축구전용구장에 엔젤이 가득 차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시민구단 대구FC명문자립구단으로 조성엔젤클럽의 최종 목표”이호경 엔젤클럽 회장
“대구FC가 명문시민자립구단으로 거듭나는 것이 엔젤클럽의 최종 목표입니다.”

2016년 공식 출범한 대구FC 엔젤클럽의 이호경 회장이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0년대 초 대구는 축구의 불모지였다. 시민구단임에도 정작 시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호경 회장과 강병규 전 대구시 감사관 등이 힘을 모아 엔젤클럽을 만들었고 이제는 대구FC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엔젤클럽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대구의 정신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라며 “지역사회에서도 점차 엔젤클럽의 존재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대구FC 선수단의 사기진작,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구FC는 2016년 시즌 K리그1 승격을 이뤄냈고 2017년 시즌, 많은 전문가들이 강등 1순위로 꼽았지만 당당히 잔류했다. 또 이번 시즌에는 잔류뿐만 아니라 창단 첫 우승(FA컵)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대구FC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면에는 엔젤클럽이 존재했다.

이호경 회장은 “대구 선수들은 엔젤클럽을 ‘든든한 언덕,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평가한다”며 “어려운 환경을 변화시킨 엔젤 회원들, 성과로 보답한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답했다.

이호경 회장의 꿈이자 1천800여 명에 달하는 엔젤클럽 회원의 꿈은 대구FC가 스페인의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처럼 명문시민자립구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축구가 열리는 날은 축제가 되고 축구를 통해 대구가 경제적, 의식적으로 성장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로의 재탄생이다.

그는 “내년 멋진 축구전용경기장으로 이사하는 만큼 엔젤클럽 활동 폭을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축구 부흥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내년 시즌 대구FC 성적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은 “포레스트 아레나가 가득 차는 동시에 팬들의 힘을 받아 대구FC가 K리그 상위 스플릿A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처음으로 출전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도 예선에 통과해 시민구단의 위상을 드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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