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임금이 하늘에 천제(天祭)를 지냈던 중사오악(中祀五岳)은 동악(東岳) 토함산(土含山), 서악(西岳) 계룡산(鷄龍山), 남악(南岳) 지리산(智異山), 북악(北岳) 태백산(太白山), 중악(中岳)은 팔공산(八公山)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이 오악 가운데 남악(南岳)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로 196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1968년에 동악(東岳) 토함산과 서악(西岳) 계룡산이, 그리고 2016년 8월 22일 태백산이 2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중악(中岳) 팔공산만이 홀로 남았다.
2017년 1월 현재, 우리나라 자연공원은 국립공원 22개소, 도립공원 29개소, 군립공원 27개소, 지질공원 인증 8개소 등 모두 86개소가 지정돼 있다. 도립공원인 팔공산자연공원은 면적이 125.623㎢으로 29개 도립공원 가운데 산악형공원으로는 가장 면적이 넓다. 뿐만 아니라 계룡산(65.335㎢), 내장산(80.708㎢), 가야산(76.256㎢), 주왕산(105.595㎢), 북한산(76.922㎢), 월출산(56.220㎢), 무등산(75.425㎢), 태백산(70.052㎢) 등 8개 국립공원보다도 공원면적이 훨씬 더 넓다.
2014년 국립공원연구원에서 팔공산의 경관자원과 생물자원, 문화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팔공산자연자원조사에 따르면 팔공산의 수려한 경관자원은 약 200여 군데에 달해 자연경관과 관련한 인문학적 자산이 매우 우수한 곳으로 평가됐다.
특히 생물자원면에서는 팔공산자연공원이 생물기후적으로 영남중북부지역의 대구형으로 구분되고 냉온대 남부산지형 낙엽활엽수림지역에 해당돼 다른 자연공원에 비해 차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물자원을 조사한 결과, 팔공산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은 식물 1,391종, 포유류 30종, 조류 107종, 양서ㆍ파충류 23종, 어류 17종, 주간곤충 1,487종, 야간곤충 589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280종, 고등균류 452종, 담수조류 363종 등 4,739종으로 집계되었다. 팔공산의 생물종은 도시형 국립공원인 북한산의 2,945종, 계룡산의 3,375종, 무등산의 3,668종보다 많고 다양한 생물 종수가 서식하고 있다. 이같은 생물종의 다양성으로 보아 다른 지역보다 생태환경이 매우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고 생물자원 가치 또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멸종위기Ⅰ급인 수달, Ⅱ급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의 포유류와 새호리기, 독수리, 붉은배새매, 새매, 참매, 흰목물때새, 수리부엉이, 올빼미 등 조류를 포함한 11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대구권역에서는 주로 신천과 금호강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자원조사에서는 가산산성 북서쪽에 있는 금화지에서 수달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으나, 2016년 9월 파계사 입구에 있는 파계지에서 수달이 헤엄치는 것이 목격됐다. 이보다 앞서 2013년 파계사 입구 중대지에서 수달이 발견돼 금호강에서 동화천과 지묘천을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이며 공산댐도 수달의 서식영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추정된다.
박춘립(朴春立ㆍ1823~1884)의 남서집(楠西集)에 ‘나의 10대조 무계부군(舞溪府君)이 석이버섯을 따러 갔다가 오도암 뒷 절벽에서 범(호랑이)을 만났다’는 기록과 홍상근 전 군위문화원장의 ‘군부대가 들어오기 20~30년 전에는 팔공산에 범이 살고 있었다’는 증언으로 볼 때 팔공산에도 범이 살았으나 지금은 멸종돼 사라졌다. 범과 표범이 사라진 지금 우리나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삵이 팔공산 전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흔적이 확인됐다. 넓은 행동권과 무리생활을 하는 담비는 2014년 TBC방송국에서 선본사 일대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 촬영에 성공했다.
또한 금오족도리풀, 가야물봉선과 고려엉겅퀴 등 식물 32종과 긴몰개, 참갈겨니, 자가사리 등 어류 5종과 꼬리치레도롱뇽, 한국산개구리 등 양서ㆍ파충류 2종, 곤충분야에서는 국내 미기록종 9종(맴시벌과)을 비롯한 고려애장님노린재, 남포잎벌 등 16종과 주름다슬기, 한국강도래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5종 등 한반도 고유종 61종도 추가로 확인됐다.
특히 치산계곡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량이 풍부해 팔공산에서도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의 하나다. 치산계곡에는 봄ㆍ여름ㆍ가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여러 식물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싱싱하게 뽐내고 있다. 대충 둘러봐도 계곡물과 벗하여 산수국과 함박꽃나무 등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여기저기 바위솔과 바위채송화, 애기굉이풀, 참조팝나무 등이 수줍은 듯이 숨어 있다.
가산산성 동문일대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인 복수초(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군락이 서식하고 있는데 세계최대 규모다. 또한 가산바위를 중심으로 기린초와 천남성, 민백미꽃과 둥글레 등을 비롯한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칠곡도호부 복원현장의 북서쪽과 중문의 동쪽에는 가산산성의 수원확보를 위해 만들었던 저수지가 오랜 세월이 지나 해발 800m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변하면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팔공산자연공원에는 국보, 보물 등 국가문화재 31점과 시도유형문화재, 기념물, 문화재 자료 등 지방문화재 59점 등 모두 90건이 있어 2015년 현재 북한산 84건, 지리산 80건, 경주 73건 등 21개 국립공원보다 월등하게 많은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팔공산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교를 중심으로 유교와 민속 등 다양한 문화가 집약된 특징을 보이고 있다. 팔공산을 찾아오는 연간 탐방객을 갓바위, 가산산성, 은해사, 동화사, 한티지구, 치산지구, 탑골, 파계사 등의 주요지점에서 계절별 표본조사, 문화재관람료 징수 자료 분석, 주차장 차량조사, 자동계수시스템 자료 등을 활용하여 조사한 결과, 2014년도 탐방객 수는 454만여 명으로 추정됐다.
팔공산의 탐방객 454만여명은 2014년도 국립공원탐방객과 비교하면 북한산의 728만2천268명과 한려해상의 616만4천414명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는 지리산 293만3천492명, 계룡산 169만985명, 토함산이 자리한 경주지역이 319만6천413명인 것과 비교할 때 팔공산은 오악(五岳) 가운데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아오는 명산임이 분명하다.
팔공산의 이용가치는 약 389억 원, 보존가치는 약 2천110억 원으로 연간 총 가치는 약 2천499억 원이며, 총자산 가치(경제적 가치)는 약 5조3천억 원으로 평가됐다. 대도시와 근접한 국립공원인 계룡산이 4조6천억 원, 무등산이 5조8천억 원, 북한산이 9조2천억 원으로 평가된 것과 비교할 때 팔공산의 경제적 가치는 이들 국립공원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팔공산자연공원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생태환경이 잘 보존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된다면 체계적인 자연자원관리와 탐방객 증가로 인한 여가 및 휴양기능이 높아져 자연 브랜드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직ㆍ간접적인 파급효과로 팔공산의 경제적 가치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2014년 국립공원연구원의 팔공산자연자원조사 결과는 경관자원과 생물자원, 그리고 문화자원과 면적 등이 모두 국립공원을 능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왜 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하지 못한 것일까?
팔공산자연공원 면적(125.623㎢)가운데 대구지역이 35.635㎢(28.2%)이고 경북지역이 89.988㎢(71.8%)이다. 공원면적의 대부분이 경상북도인 반면 탐방객 대부분이 대구지역을 통해 팔공산을 찾다 보니 팔공산 국립공원지정문제에서 대구시는 공원면적의 대부분을 관할하는 경상북도에서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상북도는 탐방객의 대부분이 경유하는 대구시에서 주도해야 한다면서 서로 입장을 달리했던 것이 추진동력을 살릴 수 없었던 원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구와 경북으로 행정구역이 나누어져 있고 국립공원지역이 되지않고 있는 바람에 팔공산은 관리가 느슨해졌고 그만큼 자연과 생태 문화 자원의 훼손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을 통해 지역의 환경은 물론 지역의 품격을 높이길 바라고 있다.글=홍종흠 팔공산문화포럼 고문조명래 팔공산문화포럼 부회장사진=강위원 사진가
■이 기사는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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