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문화회관, 계단 대신 경사로…사회적 약자 보듬는 문화공간

발행일 2018-03-14 20:07: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4> 예천군 문화회관

경북 북부권(안동, 영주, 문경,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예천, 봉화, 울진) 10개 시군이 공동 주최한 ‘경북 북부권 합창제’에 각 시군 대표가 참가해 다양한 기량을 선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예천군 문화회관에서 열린 합창제.


예천군 문화회관은 1991년 7억8천5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지 2만1천313㎡(6천447평)에 건물 전체면적 4천6411㎡(1천334평) 규모 계획으로 첫 삽을 든 후, 1995년 6월5일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웅장한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내며 개관했다.

전형적인 농업지역으로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였던 예천군이 서본리 야산의 산비탈을 깎아 내 문화회관을 건립한다고 할 때 대다수 군민들은 의아한 눈길로 “농촌지역에 무슨 문화예술회관이 필요하냐? 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4년여 공사 끝에 지어진 예천군 문화회관은 멋진 현대식 건물로 탄생해 명실공히 예천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다. 특히 대형공연장과 전시실, 회의실로 구성된 내부시설은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음악회와 연극, 영화상영, 발표회 등의 다양한 문화공연을 펼치는 공간으로 정착해 군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술작품 및 수석전시회 등 군민들의 문화와 예술작품 전시는 물론 소규모 세미나, 기념회 등 집회공간으로 사용돼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예천의 문화ㆍ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쾌적하고 안락한 공연장으로 리모델링

객석의자 간격을 넓혀 더욱 쾌적한 환경으로 리모델링한 대공연장.
예천군 문화회관은 현대식 건물의 외형에다 입구 로비부터 예술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이로 인해 문화회관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앞마당에는 군의 상징인 군화(郡花) 목련과 다양한 꽃동산으로 조성했다. 이제부터 화사한 꽃 잔치가 시작된다. 여기에다 곤충의 본고장답게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했다.

로비 좌우 측 벽면에는 비디오 아트 월을 설치해 공연예술 장면과 유명 예술 작품들을 시시각각 비디오 아트로 표현해 문화회관 고유 기능을 내면적으로 담아 내고 있다.

최근에는 노후한 시설의 리모델링을 완료해 더욱 격조 높은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2016년 2개년 계획으로 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공연장의 객석 의자 간 간격을 넓혀 관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배려했다.

이와 함께 객석의자 엇배치로 앞ㆍ뒷사람의 시야를 확보해 사석(死席)을 최대한 해소하는 등 편안하고 안락한 공연 여건을 조성했다.

이번 시설 개보수로 당초 725석(1층 480석, 2층 231석, 장애인 14석)이던 객석의자를 총 604석(1층 373, 2층 231)으로 줄여 공연장 환경을 개선했다.

객석 제일 뒤에 설치했던 장애인석도 객석 중간 넓은 통로 쪽에 배치해 사회적 약자의 공연 관람 질 향상뿐만 아니라, 각종 재해재난 시 가장 먼저 대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예천군 문화회관의 사회적 약자 우선 배려는 무대로 올라가는 통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리모델링 전에는 객석에서 무대로의 진출입은 계단으로 설치해 행사 때 사회적 약자들의 무대 접근성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개보수 공사 때 양쪽 무대로 이동하는 통로를 완만한 경사로로 설치해 남녀노소, 장애인, 어린이 등 누구든지 편안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이현준 예천군수가 개보수 때 특별히 강조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5월에 공연한 한빛예술단 공연 관계자들은 이 시설을 보고 “자치단체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시설 개보수는 타 자치단체의 좋은 사례로 소개해야겠다”고 할 정도로 감탄했다.

공연의 화려한 무대장면을 연출하는 무대 기계 장치 또한 최신 시스템으로 교체하여 공연기획자 의도 방향대로 연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대공연장의 높은 천장 때문에 관객들을 추위에 떨게 한 난방시스템도 고쳐 따뜻하고 쾌적한 공연장으로 변모시켜 지역민들이 문화예술을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양한 공연으로 문화예술의 향기 담아
예천지역 어린이집 예능발표회.
예천군 문화회관은 개보수 이후 기획공연과 영화 상영, 전시, 대관 등을 지원하는 등 군민들의 문화예술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더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군민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초청하여 ‘엄홍길 대장의 도전과 극복’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엄홍길 대장은 세계최초로 8천m 이상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그의 도전정신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해 문화회관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는 등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12월 27일)에는 영국의 천재 작가 ‘마이클 쿠니’의 작품인 리얼 코미디 연극 ‘수상한 집주인’을 초청공연해 군민들을 90여 분 동안 웃음의 파노라마로 이끌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달 14일에는 예천로터리클럽 주관 설맞이 예천군민 노래자랑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문화회관에서는 군민들의 문화 충족을 위해 방방곡곡 공모사업에 응모해 ‘시각장애인들의 명작영화 OST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작으로, 창작 국악팀의 ‘월드뮤직&비보이&전통무용의 콜라 보 콘서트’, 10월 마지막 밤에는 뮤지컬 배우 부부인 ‘김소현ㆍ손준호의 러브 뮤지컬 토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러한 문화 공연 행사는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개최 시기별로 정해 5월 가정의 달에는 감동이 있는 한빛예술단의 오케스트라 공연, 8월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한 공연으로, 10월에는 깊은가는 가을 공연을 즐기려고 하는 군민들 마음을 꿰뚫어 보고 기획한 것이다.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과 관광객을 위해 기획한 개그 5인방의 ‘쇼그맨’ 공연 모습.


이와 더불어 여름휴가를 맞아 고향을 찾은 출향인과 예천 관광객을 위해 기획한 개그 5인방의 ‘쇼그맨’ 공연은 공연작품 한편이 어떻게 군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대입 수능생들의 문화충족을 위해 수능 이후 뮤지컬 ‘춘향이의 첫날밤’을 기획해 공연했다.

예천군에는 영화관이 없다. 최근 상영되는 영화를 보려고 인근 시군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문화를 즐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문화회관이 해결해 주고 있다. 매달 격주로 ‘무비데이’를 운영해 군민들에게 최근 상영되고 최신작 영화 작품들을 주말 저녁 1일 1회씩 상영해 최고 인기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군민들은 보고 싶은 영화, 인기 있는 영화들을 메모해가며 격주로 열리는 영화감상을 위해 문화회관 공연장을 잊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문화예술단체 소통의 장으로 확대

지역의 자생적 활동력을 가진 문화예술단체들에는 문화회관이 군민들과 소통의 장소다. 문화회관 1층에 자리 잡은 244㎡ 규모의 아담한 전시실은 향토 예술인들의 전시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서예작품 전시를 비롯한 군민들의 취미 활동 작품 전시회, 향토 작가들의 정기 작품전, 사진 작품 전시전 등을 마련해 군민들의 예술 감상 능력을 배양시켜주고 있다.
그린실버 관악합주단의 공연 모습.


문화예술 단체는 평소 갈고 닦은 솜씨들을 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연주하며 군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68세 이상인 그린실버관악합주단은 각종 행사에 초청돼 연주실력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뉴스오페라단의 충신 정탁대감 일대기 뮤지컬 공연.


자생단체인 아뉴스오페라단은 나라를 구한 약포 정탁 선생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담아내 공연하고 있다.

충효의 고장인 예천 출신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위기에 처한 조선을 살리고자 목숨을 건 상소문 ‘신구차(伸救箚)’를 올려 이순신 장군을 구명해 도탄에 빠진 백성과 나라를 구한 충신 정탁 대감의 이야기로 선조들의 충효정신을 잊지 않도록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도비 우수공연 유치 적극참여자투리 공간 지역단체 연습실로정연철 예천군 문화체육사업소장


-문화회관의 운영 방침은?

△문화회관이라는 공간은 군민들에게 예술에 대한 갈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한 군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즉 군민들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곳이며, 또 군민들을 행복할 수 있도록 예술의 향기를 채워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 문화회관의 목표이자 운영방침이다.

-지역주민의 행복과 문화ㆍ예술의 상관관계는?

△군민들의 행복문화는 문화예술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매개체가 군민들과 잘 조화되게 하려면 수준 높은 우수 공연 개최와 안전하고 쾌적한 문화회관 운영 관리로 문화 향유 기회를 군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군민들이 예술 작품 하나에 울고 웃으며 함께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작은 웃음에서 행복을 찾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는 곧 지역전체가 행복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천군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공연을 위한 대책은?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우수공연을 개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에서 공모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응모를 비롯한 각종 국도비 우수공연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 기회를 마련하는 등 군민들에게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자생문화단체들의 다양한 연주회와 전시회를 마련해 군민들과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자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회관 내 자투리 공간은 예천여성합창단과 그린실버관악 합주단의 연습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한편 예천문화원의 문화교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군민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회관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군민들에게 당부할 말은?

△더욱 우수하고 다양한 공연을 유치해 군민 여러분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의 장을 펼쳐주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애정 어린 눈길로 봐 주기를 바란다.

권용갑 기자 kok9073@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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