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이 번화하고 문학을 꽃 피우던 그때 그시절 속으로 ‘시간여행’

발행일 2015-04-09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6> 근대사 체험

동성로와 그 일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만큼 오랜 역사와 기억들을 품고 있다. 100여년 전 과거 대구읍성이 허물어진 자리에 만들어진 길인 동성로. 동성로가 생기면서 읍성 안쪽의 골목들과 읍성 밖의 골목에서 사는 사람들, 또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생활을 하게 되면서 중심가이자 상업거리로 그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당시 동성로와 그 일대의 과거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을까.

그에 대한 답은 대구근대역사관과 지난해 문을 연 향촌문화관 및 대구문학관에 가면 알 수 있다.

대구지역 근대사의 모습을 재현해둔 전시실, 과거 중앙로 상가 및 인근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재현관 등에서 옛 동성로의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다. 대구지역의 과거와 동성로, 중앙로 등의 옛모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그곳으로 들어가 본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세월의 흔적을
동성로에서 경상감영공원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내려 오면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 있는 대구 근대역사관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과거 중앙로, 동성로, 경상감영공원 일대 등 대구의 중심지 등에 대한 근대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 건물은 그 모습부터가 근대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건물은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 지점으로 건립됐으며 1954년부터 한국산업은행 대구 지점으로 이용됐다.

2003년에는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된 근대문화유산으로 르네상스 양식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2008년 대구시가 대구도시공사로부터 기증받아 2011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새롭게 꾸며졌으며 1층 상설전시부터 2층 기획전시까지 다양한 대구 근대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에 들어서면 일제 식민지 경제 정책에서 금융지배를 담당했던 핵심기관이었던 조선식산은생의 은행자료들을 볼 수 있으며 1601년 경상감영이 설치된 이후 경상도의 행정ㆍ사법ㆍ군사 중심지였던 당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일제 침탈 이후 동성로와 그 주변 일대가 일본인 중심의 상권으로 변모했었던 모습부터 근대 도시로의 대구가 돼가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또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내버스를 도입해 운행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는 이를 기념해 부영버스 영상체험실을 꾸며 관람객들이 영상물을 보면서 대구 근대거리를 마치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꾸며뒀다. 동성로 인근 공원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ㆍ28기념공원 등이 세워지게 된 역사적 사실들을 이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구국의 정신’ 관에서는 이런 역사적 이야기들을 시각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대구에서 성장한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의 옛 이야기와 대구의 근대문화 등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람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토ㆍ일ㆍ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향촌문화관에서 과거 중앙로의 모습을
지금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다니는 대구 중심가의 60여년 전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중구 향촌문화관에서 당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경상감영공원 뒤편에 있는 향촌문화관은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상 2층까지 중구청이 향촌문화관으로 꾸몄다. 지하 1층에는 1946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고전음악감상실인 ‘녹향’을 새롭게 단장해 관람객들이 언제든 흘러간 옛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모습을 갖췄다. 또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대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연표부터 사진, 영상물이 준비돼 있다. 연표를 읽으며 입구로 들어서면 ‘향촌동, 낭만과 번영 그리고 추억’이란 주제에 맞춰 당시 대구 중심가 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당시 대구의 중심가는 현재의 동성로 위치가 아닌 중앙로 쪽 현재 경상감영공원 인근이었다. 향촌문화관에는 현재의 동성로로 중심상권이 완전 이전해오기 이전의 모습을 담고 있어 상권 변화의 모습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밝고 정직하게 이익을 얻겠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진 명통구리 양복점, 대구공구, 애안당(안경점) 등 가게들이 옛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보석가게 미성당 앞에는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의 주인공 길남이가 유리창 너머 보석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 동성로 인근 중심가 상점은 안경점부터 보석가게까지 없는 게 없는 상권의 중심지였다. 향촌문화관에는 6ㆍ25 한국전쟁 이후 시장의 모습과 대구 시민이 하나, 둘 기증한 사진으로 만든 영상을 통해 추억 속 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한국전쟁 이후 피난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그 당시 대구 중심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봄나들이’ 동요를 만든 권태호의 단골집인 백조다방, 화가 이중섭이 자주 드나들면서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했던 백록다방을 둘러볼 수 있다. 이미 60년대에 대구에는 극장이 6개나 있었다. 특히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성로 입구에서 자리하고 있던 한일극장의 전신인 문화극장은 국립극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극장을 재현한 곳에서는 5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태양의 거리’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대구 동성로와 그 인근인 향촌동에는 상권과 더불어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ㆍ토ㆍ일ㆍ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관람료는 성인 1천원, 노인ㆍ청소년 500원, 유아는 무료다.

◆대구문학관에서 문인들의 문화를
향촌문화관을 둘러본 후 그 위층인 3층과 4층에 올라가 보면 대구시가 마련한 대구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대구문학관은 대구 출신 문인인 이상화ㆍ현진건ㆍ백기만ㆍ이윤수ㆍ이장희 등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대구지역 최초의 시 동인지 ‘죽순’ 창간호 등도 살펴볼 수 있으며 어린이 시ㆍ소설 작품체험, 기분에 따라 골라 듣는 시낭송 등의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야말로 당시 대구 중심지였던 중앙로와 동성로, 향촌동 일대에는 작가들의 마을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동성로와 그 일대에는 상권의 중심지만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름난 문인들의 모임장소이자 대구 문학의 시초가 되기도 한 장소. 이런 당시의 향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대구문학관을 찾으면 된다.

대구문학관 3층은 ‘대구문학과 동행하다’라는 주제로 대구문학의 역사성을 재조명했고, 4층은 ‘대구문학을 체험하다’라는 주제로 대구문학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 있는 ‘대구문학아카이브’는 대구문학의 발자취와 작가들을 총제적으로 조명하는 장으로 1920년 근대문학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1960년대까지 대구 문학의 발자취를 시대순으로 조명하고, 대구문학의 시초인 47인을 선정해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1950년대 전쟁기간 동안 활동한 종군문인을 체험할 수 있는 ‘종군문인 방송체험‘, 문인의 시를 감상하고 시가 있는 화면에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명작갤러리’와 희로애락 감정에 따라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명작과 춤추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명작탄생의 배경이 된 대구 시대상과 치열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에피소드와 명작에 숨겨진 이야기로 대구 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 영상공간인 ‘명작스캔들’ 등의 공간을 통해 당시 문인들의 숨결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됐으며 행복한 문학 서재에서는 문인들의 작품과 다양한 서적을 읽을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ㆍ동시 구연반도 준비돼 있다.

대구문학관은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상설ㆍ기획전시를 개최해 시민이 문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톡! 톡! 톡! 릴레이 문학 토크’를 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특강’,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구 지역의 문학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대구문학’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김우정 기자 kwj@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