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소리 걸쭉한 왕대폿집, 만남의 장소 동네빵집…비틀즈 음악 흐르는 ‘추억의 달동네’

발행일 2017-05-21 20:16: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2> 보불로 추억의 달동네

채식 전문식당 쑥부쟁이.
보불로에는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특색 있는 차림표와 함께 손님을 유혹한다. 전통한정식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 산드레, 쑥부쟁이 등의 식당은 손님들이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반 시간에서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밥상을 만날 수 있다.

단체손님을 끄는 떡갈비를 주메뉴로 하는 식당들과 한 때 최고의 건강식으로 손꼽히던 오리고기 전문집, 한우를 고집하는 숯불갈비촌, 맛으로 승부하는 고깃집들이 줄지어 손님들을 부른다.

콩이랑 식당은 단체손님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불로를 지나면서 콩으로 주메뉴를 만들어 건강식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순두부 등의 식당들도 쉽게 눈에 띈다. 점잖은 손님을 대접하는 곳으로 산드레, 정일품 등을 추천한다. 정갈한 음식이 코스요리로 심심할 틈이 없이 밥상을 채운다.

채식 전문점 쑥부쟁이에 들어서면 식사와 함께 덤으로 순수 우리나라 전설 한 소절을 익히게 된다. 쑥부쟁이 전설이다.

쑥부쟁이 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깊은 산골에 가난한 대장장이 가족이 살고 있었다. 큰딸이 병든 어머니와 11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보며 쑥을 캐러 다녀,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 불렀다. 쑥부쟁이가 쑥을 캐다가 상처를 입고 쫓기는 노루를 숨겨주고 치료해 주었다. 이어 멧돼지를 잡는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구해주고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사냥꾼은 내년 가을에 찾아온다는 약속을 두고 떠나가 버렸다. 사랑을 기다리던 쑥부쟁이가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산신령에게 기도했는데, 그녀가 구해 주었던 노루가 나타났다. 그 노루가 산신령이었다. 노루는 노란 구슬 세 개가 든 보랏빛 주머니를 주면서 하나씩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며 사라졌다. 쑥부쟁이는 첫 번째 구슬을 입에 넣고 어머니 병환을 낫게 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는 꿈에 그리던 사냥꾼을 보게 해 달라고 빌었다. 나타난 사냥꾼은 아이를 둔 유부남이었다. 쑥부쟁이는 눈물을 머금고 세 번째 소원을 말했다. 사냥꾼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그리고 쑥부쟁이는 청년을 잊지 못해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 자리에 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쑥부쟁이라 불리는 꽃이다.

전설 하나를 애틋하게 품고 나면 밥상은 그대로 자연식이 된다. 줄 서서 기다린 억울함은 봄철 눈 녹듯 사라진다.

경주 곳곳에는 전설 따라 돌고 돌아 삼천리를 걸어도 남을 넉넉한 힐링 명소가 넘쳐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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