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몽돌 나란히 누워 바다와 깍지 낀 해변…이 풍경이 심금 울리던 노랫말 빚어냈구나

발행일 2017-07-09 19:36: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9> 감포깍지길: 감포관광단지

길은 역사다. 창조되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흔적을 남긴다. 길은 흔적을 따라 꾸준히 이어지는 발걸음을 남겨 역사가 된다. 감포 깍지길 세 번째 이어지는 길에서 두드러진 역사를 읽게 된다. 나정고운모래밭과 몽돌해수욕장은 이웃해 있으면서도 해변의 사정이 다르다. 고운 모래가 끝없이 널려 있고, 몽돌이 타조 알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바다와 깍지를 끼고 있는 모습이 유별나다.

전설을 안고 있는 촛대바위,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감포관광단지, 흘러간 신라 역사를 고증하는 신라동해구, 그리고 생생한 삶의 현장을 느끼게 하는 대본리 항구. 모두 역사로 귀결된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하는 길이다.

전촌리와 대본리로 접근하는 방법은 네 갈래 길이다. 포항 양포바다길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과 울산에서 북쪽으로 접근하는 해안길, 불국사에서 한수원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을 타고오다 양북에서 전촌리와 대본리 방향으로 길이 갈라져 각각의 해변으로 이르게 한다. 이번 호에서는 전촌리와 대본리 바다길을 걸으면서 역사를 들여다보며 힐링하기로 한다.

◆촛대바위와 대본항

대본리에서 전촌리로 이어지는 해변. 용궁의 몽 선녀가 밀어올렸다는 몽돌이 까맣게 널려 몽돌해수욕장으로 불리는 전설을 가진 특별한 해변이다.
대본리에서 전촌리로 이어지는 해변이 나정모래밭이다. 나정 고운 모래밭으로 가기 전 바닷길사이에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돌들이 밭을 이루고 있는 해변이 있다. 몽돌로 이루어진 밭이라 하여 몽돌밭, 몽돌해변으로 부른다. 맨발로 몽돌밭을 걸어도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을 만큼 몽돌은 깨끗하다. 마음까지 맑게 하는 신비스런 몽돌밭이다. 몽돌해수욕장에도 구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몽돌은 용궁의 몽 공주가 해산물을 무작위로 채취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마을 총각을 향해 던진 돌이다. 이 마을에 총각이 바다 성게를 따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용궁에서는 자꾸만 줄어드는 성게를 지키기 위해 회의를 열어 몽 공주가 해결사로 나서게 됐다. 몽 공주가 성게 채취를 위해 바닷가로 나온 총각에게 돌을 집어 던졌다. 총각은 첫눈에 몽 공주에게 반해 버렸다. 총각은 공주가 던지는 돌에 편지를 써서 다시 선녀에게로 던지면서 나날이 사랑의 마음을 키웠다. 그러면서 총각은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성게를 따는 일은 까마득히 잊고 몽 공주만 기다렸다. 그러나 공주는 이미 성게를 지키게 되어 몽돌을 던지는 일은 파도에게 맡기고 나타나지 않았다. 총각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몽돌에 편지를 적어 보내다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몽돌이 해변에 까맣게 쌓인 것은 총각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파도가 계속 몽돌을 밀어올린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몽돌밭에서 걸어볼 일이다. 하얗게 웃으며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속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사랑이 이루질 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몽돌에 깨알 같이 편지를 적어보는 것도 힐링이 될 듯하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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