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부사적지의 다양한 꽃들은 군락으로 피어 화단이 되고, 화단은 또 첨성대, 고분, 계림 등의 사적과 조화를 이뤄 공원으로 역할을 하며 전 국민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동부사적지에는 늘 문화축제가 이어진다. 여름철 주말에는 꽃밭 속의 음악회가 다양한 공연을 펼쳐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또 천년야행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저녁까지 발길을 묶기도 한다.
가뭄 때문에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때에도 동부사적지의 연꽃은 본래의 습지에서 넉넉하게 키를 키우며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꽃길 속으로 파묻힌다. 연꽃길이 끝나면 다시 황화 코스모스가 금 물결을 이뤄 첨성대 쪽으로 길을 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지를 금방 지난 하루해도 짧게 느껴진다.
월성 방향으로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린 생태터널이 만들어져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고 있다. 얼굴 크기의 박을 쳐다보며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생태터널을 가득 메운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천년 사직을 굳게 지켜왔던 월성의 언덕이 푸른 숲으로 마주한다. 낮게 엎드린 고분들은 푸른 잔디밭 끝에 있어 풍경을 더욱 살찌운다. 비단벌레 모형으로 특수 제작된 비단벌레전동차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역사를 부활시키며 달린다.
◆대릉원 돌담길
대릉원 안쪽으로 30여 기의 거대한 고분이 엎드려 신라 역사를 고증하고 있지만, 담 하나를 두고 현실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간다. 돌담길도 끝이 있다. 성덕대왕신종을 그대로 복원해 제작한 신라 대종이 종각의 그늘에서 울음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과 노서리 고분군이 도심 속에 이질적이지만 친근한 풍경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금관총, 식리총, 서봉총, 은령총, 호우총 등의 국사 책에 나오는 익숙한 이름들의 고분들이 복원되지 못하고 평평하게 흔적으로 남아 있는 곳. 봉황대, 서봉황대, 이름 없는 고분들이 볼록 볼록하게 몇몇 고목들과 조화를 이뤄 공원을 이룬 곳.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주는 무덤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 경주사람들의 친근한 생활공간이자 관광객들의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고분공원이다.
자전거로 돌아보는 하이킹이 가장 이상적인 곳이 경주이지 싶다.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평지 길을 편안하게 달릴 수 있어 좋다. 경치가 좋아 더욱 좋다.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풍부해서 또 좋다. 누구나 착한 가격에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곳이 경주다. 휴가는 경주에서 자전거 하이킹으로 선택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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