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세운 박혁거세부터 경애왕 죽은 포석정까지…두바퀴로 만나는 ‘신라’

발행일 2017-08-27 19:34:5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6> 자전거 하이킹: 신라의 흥망성쇠

역사도시 경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일은 자전거 하이킹이 제격이다. 시가지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역사문화유적들을 자전거로 찾아가는 일은 여반장이다. 특히나 신라가 하나의 국가로 출발하고, 삼국통일을 달성한 과정, 멸망에 이른 자취를 자전거로 더듬어보는 일은 새로운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는 탐방이 된다.

경주에서 자전거 하이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맨 손으로 시외버스든 고속버스든 일단 경주행을 결심하면 끝이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쉽게 눈에 띈다. 1시간에 3천원, 2시간 6천원, 하루 종일 대여해도 7천원이면 다된다.

이번 코스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노서노동고분군을 왼쪽으로 곁눈질로 살펴가며 요즘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황리단길을 가로지른다. 이어 신라를 연 박혁거세왕의 무덤 오릉과 탄생지 나정을 둘러본다. 신라의 대표적인 불적이 남아 있는 남산의 서쪽을 달려 보물 당간지주, 창림사지삼층석탑, 논두렁길을 따라 포석정, 지마왕릉, 태릉지, 삼불사, 삼릉까지 돌아 다시 시외버스터미널로 복귀한다.

14㎞ 정도 짧은 거리지만 역사 문화유적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감안하면 3시간 코스로 무난하다. 경주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황남빵과 경주빵, 찰보리빵 등의 빵집과 맛깔스런 음식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즐비해 배를 주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은 코스다. 특히 돌아오는 길에 황리단길로 접어들면 신세대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갖가지 먹거리가 즐비하다.

◆신라 첫 왕의 탄생지와 무덤
보물 63호로 지정된 배리 삼존불 중에 연화대좌 위에 서 있는 우협시보살대세지보살 오른팔에 우담바라가 피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태진지를 건너 솔밭으로 둘러싸인 주차장이 나오고 산 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는 양쪽으로 단풍이 우거져 여름에는 푸른 그늘을 주고, 가을이면 붉은 심장 같은 단풍과 병아리 문양의 노란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수목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오르는 산길에 숨이 차기도 전에 삼불입상이 편안하고 인자한 얼굴로 마주선다. 보물 63호 배동 석조여래삼존불입상이다. 배리 삼존불로 불리는 불상 삼총사다. 계곡에 넘어져 있던 불상들을 일제강점기에 원래의 위치로 짐작해 현재 위치에 복원했다.

본존불 아미타여래입상이 명랑하고 천진스런 어린아이 얼굴 모양으로 풍만한 자태로 조각됐다. 관세음보살 입상과 대세지보살 입상이 좌우에 시립해 있다. 우협시보살 대세지보살은 두 불상과 다르게 연화대좌 위에 서 있다. 조각 솜씨 또한 훨씬 정교하고 예술성이 뛰어나 다른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대세지보살의 오른쪽 팔에 우담바라로 여겨지는 작은 꽃이 피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냥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각의 기둥을 배경으로 잡아 가까이에서 보면 솜털 같이 하얀 실의 끝에 꽃의 형상이 맺혀있다. ‘우담바라’를 조준해 카메라의 조리개를 돌려가며 촬영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형형하다. 연신 탑돌이 하듯 불상의 주변을 돌며 무엇을 기원하거나 엎드려 절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엄숙하다.

삼불사에서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가 남쪽으로 이어진 산책길로 페달을 밟는다. 개울을 건너면 바로 망월사가 나타나고 이어지는 과수원길을 지나기 바쁘게 넓은 송림 가운데 삼릉이 엎드려 있다.

경명왕릉, 신덕왕릉, 아달라왕릉으로 전해지는 거대한 봉분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가운데 53대 신덕왕릉으로 전해지는 왕릉은 일제강점기에 두 차례나 도굴되어 발굴조사 됐다. 조사에서 통일신라시기에 나타난 횡혈식 석실고분 형태를 띠고 있어 신덕왕릉으로 보기 어렵다는 학설이 대두되고 있는 고분이다. 맨 위의 54대 경명왕, 가장 아래는 8대 아달라왕으로 700여년의 간격을 둔 왕릉이라 지정된 이름의 왕릉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이다.

송림 우거진 역사의 터에서 피톤치드를 맘껏 마시고 다시 도심으로 페달을 밟아 돌아오는 길은 현시대가 펼쳐진다. 신라의 처음과 끝을 감상하고 다시 천 년을 훌쩍 뛰어 넘어 오늘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을 착잡하게도 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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