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은 구절초 바다…꽃과 고분이 빚어낸 그림같은 가을풍경

발행일 2017-10-22 19:52:4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32> 쉰등마을 구절초

신라문화원이 서악동에 구절초 화단을 조성하고 구절초가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구절초 달빛음악회’를 열어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신라문화원이 구절초 흐드러진 서악동 삼층석탑 앞에서 ‘구절초달빛음악회’를 14일과 21일 주말을 기해 연거푸 열었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오래된 가수 김태곤이 젊은 척하고 노래를 불러 중장년들을 추억에 젖게 한다. 구절초를 소재로 작사 작곡한 신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악과 난타를 혼합한 퓨전 음악이 신명나게 방문객들의 가슴을 마구 두드려 흔들었다.

“바람에 별이 떨어지고 어둠만이 밀려오면/ 지난날 아름답던 꿈들 슬픔으로 내게 다가와/ 행여나 발자국 소리에 창밖을 보며 지샌 밤/ 내 가슴 멍을 지게 해도 나 그대 미워하지 않아/ 나의 작은 손에 초하나 있어 이 밤 불 밝힐 수 있다면/ 나의 작은 마음에 초하나 있어 이 밤 기도할 수 있다면/ 촛불잔치를 벌려보자 촛불잔치야….” 달빛 아래 촛불잔치가 열렸다.

‘촛불잔치’를 불러 7080세대들의 인기를 끌었던 이재성 가수가 60이 되어 구절초 잔치에 나타나 다시 중장년들의 마음에 촛불을 지폈다. 쉰등마을이 해가 지면서 다시 촛불잔치, 구절초 잔치로 환하게 밝아진다.

조명에 석탑이 하얗게 빛을 반사하면서 구절초와 조화를 이룬다. 때 아니게 고성능 스피커가 메아리를 울리는 음악회로 쉰등 속에 잠든 영혼들은 즐거웠을까? 아니면 귀찮아 귀를 막았을까? 궁금하다.

음악회에 몰려든 인파들은 삼삼오오 구절초 꽃동산을 돌며 산책을 즐기다 온갖 포즈로 기념촬영을 한다. 구절초를 보러 왔다가 음악회를 즐기는 횡재를 덤으로 얻어걸린 발걸음도 많은 듯하다. 구절초와 음악회는 쉰등마을을 전국에 알리는 나팔이 되었다. 울산, 부산, 대구 등지의 가까운 도시는 물론 수원, 남양주, 서울 등의 멀리 있는 대도시에서도 구절초를 보러오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문화재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언제부턴가 쉰등마을에 문학을 하는 작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문학마을이 되고 있다. 경주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수필가로 손꼽히는 안병태 작가가 공직에서 은퇴하며 도봉서당 앞에 근사하게 한옥을 지어 창작활동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또 경주문예대학과 동리목월아카데미에서 공부해 전국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김일호, 김광희 부부시인도 쉰등마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부부시인은 모두 신춘문예 출신으로 쉰등마을에서 ‘시인의 뜨락’ 민박을 운영하며 문학을 전파하고 있다. 황명강 시인, 구영숙 시인 등등 경주에서는 잘 나가는 문인 10여 명이 하나 둘 거주하면서 이제는 쉰등마을이 문학동네로 불린다.

황명강 시인은 인터넷 언론매체를 경영하는 언론인이기도 하면서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으로 크고 작은 무대에 초청을 받기도 한다. 구영숙 시인은 시집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지난해 경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간둥이 문인들이 가끔 쉰등마을에서 시낭송회를 겸한 작은 음악회로 문화의 꽃을 피워 시민들을 불러 모은다. ‘쉰등마을 문인들이 경주문화를 살찌우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쉰등마을에 구절초 동산을 꾸민 사람은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이다. 진 원장도 쉰등마을 가운데 한옥을 짓고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다. 진병길 원장은 우리나라 문화재돌봄사업의 중심인물이다. 전국 문화재돌봄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문화재를 돌보는 사업을 게을리할 턱이 없다.

진병길 원장은 “경주는 물론 우리나라는 문화재를 정비하고 가꾸어 아름다운 정서를 넉넉하게 공급하면서 산업자원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문화재돌봄사업단을 꾸려 대나무 숲에 감춰진 쉰등마을의 문화재들을 문화자원으로 일구고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었던 대숲을 정리해 문화재 구역을 확장하고, 구절초와 진달래 등으로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또 전망 좋고 그늘진 곳에 벤치를 설치해 문화공원으로 꾸미고 있다. 문화재구역에서 음악회를 열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쉰등마을이 문학과 문화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땀으로 경주의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부활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힐링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이 부쩍부쩍 늘어나고 있다. 구절초 동산 주변에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주상절리계곡, 마애석불상과 성모설화 등의 빼곡한 쉰등마을의 또 다른 힐링자원은 다음 호에 소개하기로 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