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당 김인호 ‘대구 랜드마크’ 문화예술회관·시민회관 설계…전통 유지하며 독특한 개성 녹여내

발행일 2017-12-04 20:27:2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1> 한국건축 현대화 추구한 김인호

△대구문화예술회관=선생의 마지막 작품이 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두류공원을 배경으로 전면에 성당못을 마주하는 배산임수의 부지에 세워진 건물이다. 넓은 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 멀리서 보이는 건물의 첫인상이 흔한 직사각형의 형태를 벗어나 배경 산세와 어울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리듬이 물결치듯 반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평소 건물들을 기능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내부의 육각형 전시실이나 각 복도를 잇는 유연한 동선들이 모두 한국 전통의 상징으로부터 유추한 개념에 근거해서 디자인됐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문화예술 공간의 대공연장 지붕의 독특한 모습부터 갑사고깔의 형상을, 전시동의 평면 배치에는 상모돌리기의 팔각 형태로 또 건물 밖 외부공간 구성에서는 광장 중심에 아리랑곡선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알면 이 같은 개념을 건물의 기능과 부합시킨 능력이 놀랍게 느껴진다. “건물 각 동의 기능에 맞게 요구되는 볼륨과 다양한 레벨차를 주면서 유기적 연결과 분절을 통해 조형적 질서를 만들었다”는 한 전문가의 견해는 극찬으로 들린다. 게다가 특히 “적당한 높이의 벽을 가진 조경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은근한 한국 전통 공간의 흐름까지 추구했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최근에는 건물 외벽과 광장을 더욱 개방시켜 시민들에게 한결 친근감을 주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사용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칭찬일 듯하다.

◆김인호 기념 사업회 발족과 건축상 제정, 추모 작품전 개최

선생은 청구대학 교수로 출발해 강단과 현장실무에서 지역 건축계의 인재양성을 위해 또한 훌륭한 후진들을 배출하는데도 남다른 공헌을 했다. 중요한 사업마다 같이 토론하고 지근에서 도왔던 제자들 중 일부는 이미 선생의 생전에 건축계의 중추적인 인물들로 성장했었고 함께 지역건축계의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대구예총회장을 맡아 지역 예술계에 봉사했던 마지막 해인 1988년 고혈압으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로서 선생을 존경하던 많은 사람들은 커다란 상실감과 아픔을 겪었다. 부인 이석주 여사와 슬하에 네 딸을 두었다. 유택은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 현대 제2공원묘지에 있다. 부인도 2012년 작고, 이곳에 함께 안장됐다.

선생은 인간미뿐만 아니라 작품으로도 후대를 위한 정신적 지주가 돼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건축계에 기라성 같은 많은 후진을 남겨둔 덕분에 곧바로 기념사업회가 발족하고 서거 3년째 되던 해에는 추모비가 건립돼 선생의 작품집이 헌정됐다. 또 1998년 후당 건축상을 제정, 선생의 예술을 기릴 뿐만 아니라 우리 건축계 미래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2005년에는 대구시민회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고 설계자인 선생의 첫 추모작품전이 열리기도 했다. 이 모든 사업들이 권태식 합동건축 대표를 비롯해 김무권 현대건축 대표, 서정남 정우건축 대표 등 수많은 제자들의 노력에 의해 지금 각각의 방면으로 계승 발전되고 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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