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증, 생활습관 조절보다 ‘약 복용’ 먼저

발행일 2017-10-12 19:43: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심부정맥 환자 발생률 높아암일 경우 ‘응고검사’ 필수치료 늦으면 합병증 유발혈전용해제 이용 혈관수술항응고제 약물 복용 중요

‘혈전’이란 혈관 속에서 피가 응고돼 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피는 혈관에서는 응고되면 안 된다. 또 한 부위 혈관 내에서 굳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혈액에는 응고를 유발하는 성분과 억제하는 항응고 성분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만약 외상을 받아 출혈이 생겨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오면 혈소판과 응고인자 등이 작동해 피딱지를 만들어 지혈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병적 원인으로 혈관 안에서 혈전이 생기면 혈관(동맥 또는 정맥)이 막히고 혈류가 차단돼 장기에 허혈(피가 모자라는) 괴사 작용이 생긴다.

혈전이 생기는 원인은 동맥과 정맥에 차이가 있다.

◆동맥혈전증

평소 특별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던 60대 남성 이모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은 후 심장에 부정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픈 등의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병원을 찾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최근 우측다리가 심한 통증과 냉감과 마비증세가 나타나며 발 색깔도 창백해져서 응급실을 찾은 것.

검사 결과 ‘급성우측하지동맥 폐색증(막힘)’으로 진단됐다.

응급 수술로 동맥을 막은 혈전을 제거한 후 증상은 개선됐고 ‘항응고제’라는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

동맥은 심장의 수축을 통해 신체 내 높은 압력(120㎜Hg)으로 빠른 혈류가 유지되는 상황이어서 저류로 인한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혈전이 혈관보다는 심장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심장의 부정맥(심방조동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정맥환자에서 불규칙한 심장의 수축으로 인해 특히 좌심방에 특정 부위에 혈류의 와류가 생긴다.

혈류 이상이 있으면 심방 내 저류가 발생해 피가 응고되는 현상이 잘 발생한다. 이때 생긴 심장 내 혈전은 대동맥을 통해 머리, 팔, 신장, 소장, 다리 등의 여러 동맥 가지로 떠내려간다.

비록 혈전의 양이 정맥 혈전보다는 적지만 중요한 신체 부위 동맥이 갑자기 피딱지로 막히면 그에 해당하는 중풍, 손의 청색증 마비, 신장괴사, 소장괴사, 급성하지동맥괴사등의 병으로 이어진다.

동맥혈류가 갑자기 막히면, 서서히 막히는 만성상태보다 훨씬 응급이고 빨리 악화된다.

치료는 혈전을 빨리 제거해 동맥혈류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주사하거나 수술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던지 혈전을 제거하는 장치를 이용한 혈전 제거 시술 등을 시행한다.

이후 심장의 부정맥은 심장 치료와 함께 혈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피의 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맥혈전증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35세 남성 홍모씨는 주말 PC방에서 종일 좋아하는 게임을 했다.

식사도 라면으로 해결하며 컴퓨터 앞에서 종일 게임을 한 후 갑자기 왼쪽 다리가 붓고 숨이 너무 차서 새벽에 응급실로 후송됐다.

검사 결과 좌측 다리에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했고 폐동맥색전증이라는 합병증도 동반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입원 다음날 혈전용해시술을 받은 후 다리의 붓기는 호전됐지만 호흡은 여전히 답답해서 산소투여 치료를 일주일간 받았으며, 항응고제 약을 복용하면서 2주째 퇴원했다.

정맥혈전증은 동맥과 달리 혈류 속도가 느리고 다리에서 혈류가 정체하는 현상이 몸속에 일어나므로 혈관 안에서 피가 굳는 정맥혈전증이 발생한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좁은 자리에서 긴 시간 앉아 있다 보면 혈전이 생기는 이코노미 증후군은 잘 알려진 병이다.

그러므로 장시간 비행기 여행 때는 한 번씩 걷거나 다리를 수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암 환자에서 더 많이 혈액의 응고기능 이상이 생겨 혈전증 발생률이 높다. 혈액 속의 정상 항응고기능을 담당하는 성분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감소한 경우 정맥혈전증이 잘 발생하며 재발률도 높다.

이런 환자에서 고관절과 무릎관절 등의 정형외과 수술과 위장 대장 등의 복부 수술을 받는다면 입원 기간에 혈전이 잘 생긴다.

그러므로 정맥혈전증 환자에게서는 응고기능 이상 검사를 꼭 시행해 약 사용을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특히 가족에게서도 응고기능 이상의 가족력이 발생했는지를 함께 검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모의 경우 태반 혈관에 혈전증이 생기면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정맥 내 혈전은 특히 초기에 폐혈관으로 떠내려 갈 수 있는데 이 경우 환자는 숨이 차고 혈압이 떨어져 사망할 수도 있는 심각한 폐색전증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혈전증이 의심된다면 즉시 항응고제를 투여해야 한다.

응급한 상황에서 정맥혈전증의 가장 우선적 진단법은 혈관 초음파이다. 이를 통해서 혈전의 유무와 범위, 오래된 혈전 유무, 정맥 내 역류 등의 합병증 발생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보다는 혈전용해제를 이용한 혈관 시술, 그리고 항응고제 약물 복용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새롭게 개발된 새로운 항응고제들이 출혈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는 동등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혈전이 심장 혹은 다리 정맥과 같은 특정 부위에서 발생한 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점점 진행되거나 혈관을 따라 신체 각 부위로 떠내려가서 막히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혈관 내를 계속 떠돈다는 건 틀린 말이다.

또 발생 원인에서 동맥경화처럼 기름진 음식이나 담배 등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는 직접적 연관성은 없으며 병적인 원인이 있다.

혈전증의 예방은 생활 습관 조절보다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혈전증은 발생 초기의 치료가 가장 중요하므로 즉각 혈관전문의를 방문하는 것이 필수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외과 박기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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