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개최 `안개속`

발행일 2004-09-29 17:01:0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잇단 악재로 미국 대통령선거(11월2일)이전 제4차 북핵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미 상원의 북한 인권법안 통과,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폐연료봉 재처리후 무기화‘ 발언,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의 `북핵문제유엔 안보리 회부’ 발언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9월말 이전에 4차회담을 열자‘는 지난 6월 3차 회담의 합의는 북한의 부정적 태도로 이미 깨진 상태다.

특히 28일 오후(현지시간) 미 상원의 북한 인권법안 통과는 미 의회와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현안으로 본격 채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인권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고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북한인권담당 특사 임명과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매년 2천400만달러 한도의 지출 승인 등이 골자로, 이로써 향후 탈북 현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인권법안이 자국의 체제 전복을 재정.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압살책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여온 터여서 향후 반응이 주목된다.

또 최 부상의 `폐연료봉 재처리후 무기화’ 언급은 그동안 나온 북한의 `억제력‘발언의 연장선 상에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는 `도발적인’ 발언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이어 나온 볼튼 차관의 `북핵문제 안보리 회부‘ 발언 또한 북한을 더 자극할 소재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최근 악재가 어우러져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북-미 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이라며 “따라서 미 대선 이전 4차회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도 29일 “중국과 러시아 측이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라고 말해 `파장’단계임을 내비쳤다.

일본측도 지난 25~26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북한과 일본인 피랍자 협상에서 4차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설득했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전혀 움직이지 않으니, 일단 미국의 대선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막바지 외교노력을 벌이는 한편으로, 미 대선 이후 일정한 시기까지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핵심은 지난 해 8월 1차 회담에서 시작해 올해 6월 3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10개월간 힘겹게 만들어온 성과를 차기 회담까지 `현상유지‘한다는 것이다.

일단 미 대선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 대선 이전이든 이후든 간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6자회담의 틀 자체를 깨려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22일 모스크바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한 우리가 조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측면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미.일.중.러 등 6자회담 참가국과 협력해 북한이 판 자체를 파국으로 모는 어떠한 모험도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한미 정보당국의 잠정판단 결과 연례적인 훈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양국이 계속해서 최근 북한의 노동미사일 관련 동향을 세밀하게 추적.분석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3일 반기문외교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한미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이 노동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와 북미, 북일관계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북측에 미사일 발사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도 근거는 없지만,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을 것으로 일단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도 6자회담에 진지하게 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6자회담의 틀 자체를 깨고자 하기 보다는 일단 미 대선까지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미사일 발사실험 모험을 감행할 경우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북한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 대선을 계기로 국방부 등 미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6자회담 무용론’을 펴면서 국무부 중심의 온건파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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