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교육기부 체험수기’ 우수작대구 송현여고 이유진 <끝>

발행일 2019-01-06 19:48:5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배우는 입장에서의 교육

‘2018 교육기부 우수사례 공모전’ 체험수기 우수상을 수상한 송현여고 이유진 학생.


저는 미래에 교사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생활이 버겁기도 하고,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나면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로 봉사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학업에 신경써야 하는 고등학생 때 시간을 짜내서 얻은 봉사 시간들은 그저 대학교를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밖에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꿈을 생각했을 때, 저에게도 분명히 의미 있는 봉사 활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기부 봉사 활동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제가 아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즐겼습니다. 특히 수학에서 즐거움을 많이 느껴 수학을 잘 못 하는 친구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 적이 많았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교육기부 활동을 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 주로 수학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교육기부 첫날, 조금 어색해하던 저에게 학생들이 다가왔고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에 스스로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학생이 모르겠다고 봉사 선생님들에게 말하면 개인적으로 가서 가르쳐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 방식에 따라, 저에게 한 학생이 질문을 할 때 개인적으로 다가가 도와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생이었고 덧셈법과 뺄셈법, 곱셈법 등을 공부하던 중이었습니다. 학생이 구구단 중 6단에 대해 질문을 해서 잘 모르겠다면 6을 하나씩 더해보라는 힌트를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수학을 보니 새롭고 한편으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배운 내용이었고, 그 내용의 답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배웠기 때문에 방법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여 가르쳐 줬지만, 학생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초등학생들이 배운 수학의 수준에 맞춰서 가르쳐 주기 위해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저 또한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살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교육기부 활동에 적응해나갔습니다.(중략)

교육기부 봉사 활동 두 번째 날, 많은 학생들이 저에게 질문하였었습니다.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장난기가 많은 그 학생은 대부분을 모른다며 저에게 다 가르쳐달라고 말한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몇 개의 힌트를 주며 다시 풀어보자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저에게 “선생님은 왜 이렇게 어렵게 가르쳐줘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나름대로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준 것이었는데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설명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저는 가르치는 사람의 나름대로가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수준과 이해력을 고려하여 가르치는, 배우는 입장에서의 교육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가르쳐주지 못한다면 교사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큰 자질은 차별 없는 평등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기부 활동을 하면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가르쳐줄 선생님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 개개인에게 빠르게 답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몇몇 학생들이 소외감과 어느 정도의 차별성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중략)

사회문화 수업에서 교육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선발하고 배치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다음 세대로 문화를 전승하고, 사회 이동의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의 한계로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공평한 것은 아니며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교육 기능의 한계를 떠올리며 교육 평등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직도 지원을 잘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기 힘든 학생을 지원해준다 던지, 장애인인 학생을 위해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가 원한다면 교육 보조 인력을 배치해주는 일 등을 해당 학생들이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평등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을 철저하게 해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교육기부 활동이 그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도시에 있는 학생들보다 교육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곳에 지원을 한다든지, 혹은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비탈길 등 학교 시설물들을 설치하는 것, 그리고 따로 외부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교육 등의 평등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곳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여 농어촌 학생들도 도시 학생들과 같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얻어 도시와 농어촌간의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면, 나비 효과를 얻어 대학 진학률 상승 등 우리나라 전체에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교육기부 활동 또한 이러한 교육 결과의 평등에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교육 결과의 평등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을 때, 그것이 잔잔하고 느린 변화일지라도 나라 전체에까지 이득을 줄 수 있다면 파급력은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 교육기부 활동이 그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단순한 봉사 활동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저에게 정말 큰 의미를 준 봉사 활동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기부 활동을 하면서 교육에 대해 더 넓은 시각과 교육의 다양한 형태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교육기부를 하는 것보다 활동을 통해 정신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훨씬 더 많은 활동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인 평등함과 공평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가르쳐주는 사람의 수준이 아닌 배우는 사람의 수준과 지식에 맞춰 가르쳐주는 배우는 입장에서의 교육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시간이 된다면 교육기부 활동을 하고 싶고, 그 활동을 통해 교육자로서 더 많은 깨달음을 얻어 가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