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시간 수험생들 노력에 박수 보내

발행일 2018-11-22 19:34:4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시욱의 교육이야기



아침상에 보리굴비가 올라와 있다. 새삼 생선요리 앞에 감동이 일어나는 까닭은 지난 주말 재수학원 졸업을 하고 떠난 제자가 필자에게 보낸 감사의 선물이었다.

그는 전형적인 까치 머리에 남성상이 짙은 남학생이었다. 그러하기에 투박한 글자체지만 조그마한 쪽지편지에 써 보낸 글들은 더없는 감동이었다. 자신이 흔들릴 마다 잡아준 고마움과 영어 성적이 올라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곁들인 손편지였다.

아마도 자신의 용돈을 아껴 선물을 준비했나 보다. 보리 굴비에서 나오는 향기가 새삼 진하게 느껴진다.

사전적 의미로 ‘보리굴비’는 조기를 4일~5일 소금에 절여 15일 넘게 바싹 말린 다음 통보리 뒤주 속에 넣어 보관해 꼬리 부분을 잡고 찢으면 북어포처럼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무기질이 풍부해 기력회복에 좋고 비타민 A와 D가 많아 야맹증을 예방하기도 한다.

특히 피로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기의 품종이 아니라 저장성에 기준을 둔 이름이란 점이 이채롭다. 더불어 서민적으로 친숙한 보리를 이용한 기능적 변화란 점에서 의미가 큰 듯하다.

비록 원래의 한자 이름이 아니라 우리말을 한자로 음역한 것이지만 조기라는 이름 자체도 한자로 도울 조(助)에, 기운 기(氣)자를 쓰는 것으로 보아 참으로 인간에게 유용한 생선임에 틀림없다. 기운 차리는 것을 돕는다는 뜻이니 한자로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나 싶다.

여름철 입맛을 잃게 하는 무더위 속에서 전라도 영광 사람들은 잘 말린 보리굴비를 쭉쭉 찢어 고추장에 찍은 후 물에 만 보리밥에 얹어 입으로 가져가면 잃은 기운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더불어 조선시대 ‘승정원일기’를 보면 영조 임금도 입맛을 잃었을 때 조기를 먹고 입맛을 찾았다고 나온다.

조기는 성질이 순하고 맛이 달아 음식 맛을 나게 하고 소화가 잘되며 기운을 보충한다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인간을 이롭게 하는 생선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름의 유래를 굴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쓰고 있는 ‘굴비’란 말이 생선을 짚으로 엮어 매달면 물고기가 구부러지는데 그 굽은 모양을 뜻하는 고어, 구비(仇非)에서 굴비라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다. 물론 굴비란 이름에 대한 다른 설도 많지만 왠지 이런 근거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친숙함’이란 단어 속에 법성포 항구가 떠오른다. 삼십 중반 영광 법성포를 다녀온 적이 있다. 마치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과 백사장이 있는 법성포 앞바다는 차라리 바다란 사실을 잊게 했었다. 제자가 보내 준 ‘보리굴비’로 새삼 그 기억을 추억해 보는 참으로 행복한 아침상이다.

보리굴비로 시작된 기억들 뒤로 다시금 현실의 모습이 교차한다.

먼 길이었다. 1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일들에도 묵묵히 견뎌낸 수험생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돌아본다. 남겨진 노트 위 수학공식도 보이고 빼곡하게 채워진 영어 문장들도 남아있다. 글자체만 보아도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 명씩 한 명씩 이름을 되뇌어 본다.

김시욱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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