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보다 기초 차근차근 다져야

발행일 2017-01-16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초중고 선행학습 효과 높이려면



초중고 자녀를 둔 가정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렇게 많은 돈과 투자한 효과가 있을까? 대학과 일선학교의 학습이론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사교육 당국자들도 지나친 선행학습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천천히 다지면서 여유롭게 걸어가는 학생이 멀리 높이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단원별 개념 이해해야

모든 교과가 다 그렇지만 특히 수학은 한 단원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후 응용문제로 그 내용을 깊이 있게 다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과목이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만 소홀히 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많은 초ㆍ중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충분한 연습 없이 진도에 급급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은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수학에 흥미를 잃게 된다. 수학은 저학년 때 흥미를 상실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운 과목이다.

수학은 처음 배울 때 개념 파악을 잘해야 하는 과목이다. 첫 단계에서 어설프게 이해하거나 단순히 문제 풀이 위주의 패턴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유형이 나오면 시험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 중 상당수는 선행학습 때문에 각 단원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어, 조기교육 부작용 낳을 수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영어는 선행학습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문법을 예로 들어보면 부정사, 동명사, 분사와 같은 준동사는 초 중학교에서도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도 배운다. 출제되는 문제의 어휘와 문장의 난이도에서 차이가 날 따름이다. 일부 학자들은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시작해야 2개 국어 동시 구사 능력이 배양된다고 주장한다. 중고교 나이만 되어도 논리로 외국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에 이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기 교육이 지나칠 경우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취학 전 어린이의 경우 영어와 우리말의 어순과 논리 전개 방식의 차이 때문에 모국어 구사 능력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수능 영어에서도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언어 영역에 적용되는 풀이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 어휘 실력과 독해 능력이 없으면 고급 영문의 해석과 이해도 어렵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여러 학원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본문만 다 암기해도 엄청난 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를 영영사전을 통해 철저하게 정리하고 암기하면 학원에 한두 군데 다니는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국어, 독서 통해 다양한 정보 얻어야

고교에 진학해서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초중 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려운 책보다는 재미있으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쉬운 책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상대로 논술, 철학, 독서지도 등이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와 중고교생을 상대로 철학 강의와 독서 지도를 할 때 나이와 지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과 딱딱한 논리를 다루는 학원이 많다. 이 경우 정도가 지나치면 독서가 주는 재미를 잃기가 쉽다. 초ㆍ중학생은 논리보다는 작품을 통한 감수성과 직관력, 상상력의 배양에 힘쓰는 것이 나중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된다. 늘 국어사전을 곁에 두고 어휘력을 늘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성적이 올라간다.

일부 우수한 학생에게는 선행학습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선행학습은 학교에서의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기가 쉽고,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처음 배울 때 철저히 이해하지 않으면 그 부분을 계속 반복하여 틀릴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쉬운 단원이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는 다지면서 천천히 배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선행학습보다는 예복습을 철저히 하는 습관을 가지면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몰두할 수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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