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특성 지닌 민화 교육현장서 접목 필요

2017.07.16

민화 전시회를 가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림이 ‘책가도(冊架圖)’이다.
압도하는 장서와 화려한 기물들이 그려진 책거리 그림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꿈꾸었던 책장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들의 골동품 완상의 취미와 정신의 지향성을 보여주는 책가도는 장중하면서 아름답다.
더욱이 현대작가들의 책가도는 민화의 원형에 기반을 두면서도 새롭게 시도된 조형방식으로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놀라운 공간 구성으로 그려져 있다.

위치에 따라 변하는 원근법을 배제하고 사물의 원형을 사람 시각의 차원을 벗어난 절대적 진리에 의지한 법칙을 지닌 책가도의 서술방식은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정신을 보여준다.

더욱이 가득한 책장의 책 대신에 한 장의 서산(書算)을 텅 빈 책장에 붙여놓은 책가도는 역사성에 보태어진 절제된 현대미학을 보여준다.

이러한 책가도에 대한 기록으로는 조선시대 정조 때 자주 보인다.

정조는 “비록 책을 읽을 수 없더라도 서실에 들어가 책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정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책 읽을 여가가 없으면 이 책거리 그림을 보면서 마음을 위로한다.
”고 했다.

이것은 배움을 수양의 도구로 생각했던 선비의 정신과 학문숭상의 전통을 잘 드러낸다.
사군자를 그리는 일에 있어서도 매화, 대나무 등 각각의 식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품을 본받아 자신의 품성을 완성시키는 궁극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정조의 책가도 사랑은 절대적이어서 책가도를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원화가인 신한평과 이종현을 귀양 보내기도 했다.
정조 12년 때의 일이다.
특히 김홍도와 이인문이 책가도를 잘 그려서 정조의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은 있지만 전하는 그림이 없어서 안타깝다.

이러한 책가도 수업시간은 “선비의 서가를 엿보다”라는 주제로 책가도 스토리텔링과 감상시간을 가지고, 다음 순서로 “내 책장 꾸미기”라는 접이식 병풍의 교재를 만들고, 그 책장 안에 자신의 생각들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마무리된 책가도 병풍은 집의 책상 위에 꼭 세워둘 것을 부탁한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서가에도 출세를 기원하는 산호와 학문숭상의 정신을 표현하는 벼루와 붓 등이 그려지고 장수와 수명을 기원하는 북두칠성이 새겨진 안경,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가지와 수박이 그려졌다.
그리고 피카츄 인형과 핸드폰과 예쁜 꽃들이 그 빈칸을 채우고 특별히 좋아하는 책을 그려 넣으라는 선생님들의 주문에 읽었던 책 제목들도 예쁘게 쓰여 진다.

이렇게 선비의 서가에서 자신의 책장으로 이어지는 수업의 과정을 통해 옛 삶의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복원된다.
언어의 세계가 끝나는 곳에서 한국인의 정서적 원형을 보여주는 민화의 인문학적인 가치는 이처럼 깊고도 넓다.

동아시아 3국의 공통된 문화현상이면서 각기 다른 민족적 특성을 가진 민화의 가치는 이제 교육 현장에서 깊이 있게 접목해야 할 중요한 제재이다.

특히 책가도 그림은 동아시아 3국의 민화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인이 가진 학문숭상의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그림이다.
필자에게는 어린 시절 집 마루의 중심에 아예 붙여서 만든 붙박이 책장이 떠오른다.
그 책장 안에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각종의 술과 족보책이 있었다.
그리고 작은 상이라도 받아오면 꼭 그 책장에 펼쳐 놓으셨던 풍경이 전시장의 책가도와 함께 오버랩 되는 행복한 기억이다.


박물관 수 관장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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