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국립호국원 추념식…“교복입고 전쟁…나라면 어땠을까”

발행일 2017-11-16 20:21:2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전몰학도 의용군 추념식 성남여중 2학년 단체참석비석닦기 등 봉사활동도

‘2017 전몰학도 의용군 추념식’에 참석한 성남여중 학생들이 행사 후 영천호국원에 묻혀 있는 호국연령들의 비석을 닦고 있다.


영천에 살면서도 국립영천호국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몰랐다.

최근 성남여중 2학년생들은 단체로 영천호국원을 방문했다.

이들은 추념식에도 참가하고 비석 닦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가 왜 거기에 가야 하지’라며 불평을 내놓았다.

출발 당일 아침 선생님들은 호국원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단정한 복장과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씀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가면서 선생님의 당부 말씀도 잊고 호국원은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장소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은 저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철없는 행동을 이어가며 영천호국원에 도착했다.

영천호국원 가는 길은 포항가는 길목에 있다.

외할머니 집을 지나가며 차 안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호국원 현충문 앞까지 걸어가는 데 나도 모르게 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학생들의 표정도 조금 전과 달리 왠지 숙연해 보였다.

현충문으로 가보니 내가 생각하던 봉사활동과는 많이 달랐고, 분위기가 많이 엄숙했다.

호국원 안은 이미 타교 학생과 타지에서 온 많은 이들로 북적였다.

‘2017 전몰학도 의용군 추념식’에는 태양이 뜨거웠지만, 왠지 팸플릿 등으로 얼굴을 가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식이 시작되었고, 전쟁 때 학도병이셨던 분들이 소개되었을 때 행사 이름의 뜻을 알게 되었다.

추념식은 40여 분 정도 진행이 되었으며 실제 전쟁에 참여한 학도 의용군도 참석을 했다.

친구들은 모두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이들을 보며 ‘존경스럽다.

’ ‘전쟁이 두렵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학도 의용군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전했고, 많은 곳에서 활약했다.

선생님과 함께 비석을 닦으며 친구들은 “난 솔직히 왜 오는지 몰랐거든? 그냥 학교에서 가라니까 온 느낌이었는데 오늘 말씀하시는 거 듣고 조금 감동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내 나이에 전쟁에 나간 거잖아.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으면 무조건 도망칠 텐데….” “괜히 학교 수업 빠지는 것만 좋아한 것 같아 죄송하다”“여기 오기 전에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냥 도망치고, 대피해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교복을 입고 전쟁에 나갔다고 들으니까 나도 우리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비석을 닦는 중 꽃을 가지고 올라가시는 두 분을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 이였을 분의 묘비를 내가 닦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정성이 더 들어갔다.

안쪽부터 바깥으로 닦고 나오려 하는데, 친구 한 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육군 장교가 꿈인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냥 너무 슬퍼. 다 육군이야. 호국원 온다고 했을 때 진짜 좋은 기회다 싶어서 진지하게 왔는데, 방금 학도병이었던 분의 이야기 들으니까 너무 울컥해.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

비석을 다 닦은 후, 버스를 타러 내려오는 길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마치 자유와 평화를 바라며 그곳에 묻혀 계신 분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떨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추념식 행사를 보면서 실제 있었던 상황에 대해 들어보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전쟁이 벌어져서 내가 전쟁에 참가를 해야 할 상황에 닥치면 나는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신 분들의 용기도 배울 수 있었고, 살아가면서 약간의 불편에도 투덜대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행복이 그분들이 피와 땀의 대가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한 번 숙연해 졌다.



김사라

경북교육청학생기자단

성남여자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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