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에 살면서도 국립영천호국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몰랐다.
최근 성남여중 2학년생들은 단체로 영천호국원을 방문했다.
이들은 추념식에도 참가하고 비석 닦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일부 학생들은 ‘우리가 왜 거기에 가야 하지’라며 불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가면서 선생님의 당부 말씀도 잊고 호국원은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는 장소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은 저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철없는 행동을 이어가며 영천호국원에 도착했다.
영천호국원 가는 길은 포항가는 길목에 있다.
외할머니 집을 지나가며 차 안에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호국원 현충문 앞까지 걸어가는 데 나도 모르게 절로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학생들의 표정도 조금 전과 달리 왠지 숙연해 보였다.
현충문으로 가보니 내가 생각하던 봉사활동과는 많이 달랐고, 분위기가 많이 엄숙했다.
호국원 안은 이미 타교 학생과 타지에서 온 많은 이들로 북적였다.
‘2017 전몰학도 의용군 추념식’에는 태양이 뜨거웠지만, 왠지 팸플릿 등으로 얼굴을 가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식이 시작되었고, 전쟁 때 학도병이셨던 분들이 소개되었을 때 행사 이름의 뜻을 알게 되었다.
추념식은 40여 분 정도 진행이 되었으며 실제 전쟁에 참여한 학도 의용군도 참석을 했다.
친구들은 모두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이들을 보며 ‘존경스럽다.
’ ‘전쟁이 두렵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학도 의용군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전했고, 많은 곳에서 활약했다.
선생님과 함께 비석을 닦으며 친구들은 “난 솔직히 왜 오는지 몰랐거든? 그냥 학교에서 가라니까 온 느낌이었는데 오늘 말씀하시는 거 듣고 조금 감동받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내 나이에 전쟁에 나간 거잖아.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으면 무조건 도망칠 텐데….” “괜히 학교 수업 빠지는 것만 좋아한 것 같아 죄송하다”“여기 오기 전에는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냥 도망치고, 대피해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교복을 입고 전쟁에 나갔다고 들으니까 나도 우리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비석을 닦는 중 꽃을 가지고 올라가시는 두 분을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였고,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 이였을 분의 묘비를 내가 닦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정성이 더 들어갔다.
안쪽부터 바깥으로 닦고 나오려 하는데, 친구 한 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육군 장교가 꿈인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냥 너무 슬퍼. 다 육군이야. 호국원 온다고 했을 때 진짜 좋은 기회다 싶어서 진지하게 왔는데, 방금 학도병이었던 분의 이야기 들으니까 너무 울컥해.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
비석을 다 닦은 후, 버스를 타러 내려오는 길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마치 자유와 평화를 바라며 그곳에 묻혀 계신 분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떨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 오고 추념식 행사를 보면서 실제 있었던 상황에 대해 들어보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전쟁이 벌어져서 내가 전쟁에 참가를 해야 할 상황에 닥치면 나는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신 분들의 용기도 배울 수 있었고, 살아가면서 약간의 불편에도 투덜대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와 행복이 그분들이 피와 땀의 대가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한 번 숙연해 졌다.
김사라
경북교육청학생기자단
성남여자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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