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어 글 읽다보면 더 큰 목표치에 이를 것

2018.01.10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바다여행을 떠났다.
‘넣기 바쁘게 학꽁치가 나온다’는 말에 지인들을 따라나선 것이다.
소풍을 앞둔 초등 마냥 들뜬 내 모습에 지인들은 신기해한다.
직업상 늘 도심 속 일상을 떠나지 못했기에 이번 여행은 남달랐다.
이미 내 머릿속엔 아이스박스 가득 찬 학꽁치의 펄떡거림이 그려진다.

학꽁치는 아래턱이 학처럼 가늘고 길며 몸이 꽁치처럼 생겨 얻어진 이름이다.
특이한 입의 모양을 대변이나 하듯 조선시대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학꽁치를 침어(針魚)로 불렀다.

방파제에 도착하니 이미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겨우 양해를 구하고 세 사람이 낚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지인들이 하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학꽁치 채비를 준비한다.
표층에 무리 짓는 습성이 있기에 가볍고 얕은 부력과 목줄을 맞추라는 말을 듣고 눈대중을 하며 첫 캐스팅을 한다.

옆에서 시작한 지인들은 어느새 은빛의 학꽁치 두어 마리를 잡아낸다.
3시간 가까이 낚시를 하면서 내가 잡아낸 것은 10㎝ 전후의 볼락이라는 이름의 고기 3마리. 왠지 부끄러움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짜증이 몰려온다.
팔이 아파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 앉아 지인들의 캐스팅을 살펴본다.

모든 일에는 채비가 중요한 것처럼 학꽁치 낚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넣기 무섭게 나온다는 말만 믿고 꽤 칸수가 나가는 민물 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따라나선 무지함은 결국 변하지 않는 수학과목의 상수처럼 제로와의 곱을 통한 또 다른 제로의 값을 얻고 말았다.

학꽁치 낚시에서 공부 방법론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분명코 필자에겐 자각의 시간이었다.

과목마다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며 시험마다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의 필수요건임은 자명하다.
특히 현장 속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필자는 어휘와 문법이 완벽한 독해(읽기)를 위한 선제 조건임을 강조하고 싶다.

말하기 영어가 우선이니 절대평가제 영어의 경중의 문제이니 하는 것은 훗날 살펴볼 일이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실제 준비되어야 할 채비는 문장을 구성하는 어휘와 문법 그리고 읽기 능력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영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공통적 분모를 가지는 과목은 예외 없이 읽기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흔히들 읽기능력이라고 하면 난독증으로 대표되는 ‘읽기장애’로 잘못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 속 읽기능력은 내용 기억, 이해, 추론 능력 등 읽기 이해가 수험생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 채비인 것이다.

어깨너머로 흉내 내듯 단시간에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 행위는 목표로 하는 결과에 결코 미칠 수 없다.
성급함을 버리고 짧은 글부터 읽어 내는 능력을 익히다 보면 보다 더 큰 목표치에 이르리라 확신한다.

2019년 수능을 시작하는 수험생들에게 필자의 이번 여행과 같은 오류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민물 낚싯대와 바다 낚싯대는 이름만큼이나 확연히 쓰임에 차이가 있듯 수험생들의 채비 또한 명확해야 함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스티브 잡스 말도 전하고 싶다.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 원장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