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교육이야기]

학생들에 진정한 교육 전할 이 시대 ‘키팅 선생님’ 어디에

2018.07.11

이맘때면 한 학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대학생들로부터 중고생들까지 그간의 학습과정에 대한 평가인 기말고사도 마무리 시점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기말고사가 고등학생들에겐 더 큰 의미로 다가든다.
입시관련 기관들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필자 또한 예외일 수 없다.
학교별 자료와 당일 수업할 내용을 정리하고 과제물 대용으로 사용할 문제를 만들다 보면 학생들이 등원한다.

특히 영어 과목은 교과서와 부교재 그리고 평가원 문제를 바탕으로 한 변형문제, 학습 보충자료로 담당 선생님이 배포한 프린트 자료까지 가르쳐야 하기에 평소 수업시간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 오늘은 작은 기쁨을 발견한다.
S고에 다니는 여학생이 시험범위에 들어간다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문소설 문고판을 들이민다.
얼마나 가슴 먹먹하게 했던 영화였던가! 메케한 최루가스와 독재타도의 아우성으로 가득 찬 대학 캠퍼스! 어느 쪽에선 민주투사라 불렀고 다른 한쪽에선 주체사상으로 물든 빨갱이라 불렀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모를 가치관 부재와 혼재의 시대였다.
그러한 시기였기에 1989년 개봉된 이 영화는 우리 시대의 아픔과 맞물려 너무나 큰 감동을 주었다.

전통, 명예, 규율, 그리고 최고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미국 동부 버몬트주 명문 사립기숙학교인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 영화의 중심엔 시와 문학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님이 자리한다.

아이비리그 진학률을 위해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최상의 목적으로 둔 학교에서 그는 이단아였고 문제 교사였다.
부유한 부모 아래서 자라 명문대와 의사와 같은 좋은 직업군의 길을 걸어야 하는 학생들의 타율적 생활 속에서 그는 혁명가였고 캡틴이었다.
‘시의 이해’라는 전통적 해석 방법을 쓰레기라 치부하며 과감히 학생들에게 찢어버리길 권하는 그의 모습과 분노에서 학생들은 경외감을 나타낸다.
시란 입시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란 말을 할 때 그것은 차라리 현재 우리의 변하지 않은 입시교육에 대한 조롱으로 들리기도 한다.

웰튼 아카데미의 재학생 시절에 키팅 선생님이 결성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시낭송 동아리를 따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자신의 개성과 특별함을 찾아가는 주체적 삶을 발견하게 된다.
고정된 지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위해 책상을 올라 보라는 키팅 선생님의 조언은 세상의 기득권과 모순에 대한 저항이며 새로움을 향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가정 속에서 자란 닐은 부모의 강요된 요구와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웰튼 아카데미와 부모들에게 키팅 선생님은 죽음의 원인자로 지목되고 그는 학교를 떠나야만 할 운명을 맞이한다.

잊지 못할 장면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다.
그를 대신해 놀란 교장이 ‘시의 이해’를 가르치는 교실에 키팅 선생님은 자신의 물품을 찾아 들어온다.
자신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선물한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을 향해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하나 둘 책상을 밟고 올라서 경의를 표한다.
고맙구나 모두들!하며 돌아서는 키팅 선생님의 눈시울엔 뜨거움이 흘러내린다.

영화 속 입시제도와 다름없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과연 이 시대의 키팅 선생님은 어디에 있음인가? 학생들 마음속 깊이 “오 선장, 나의 선장”으로 불릴 수 있는 우리인지 반문하고 싶다.


김시욱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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