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교육이야기]

최선보다 더 오래가는 차선의 아름다움 기억해야

2018.08.09

수능이 100일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험생들에게 보낼 문자를 고심해 본다.
힘내! 파이팅! 최선을 다하자. 아마도 이 3가지 문구는 빠지지 않을 격려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처럼 생각되기에보다 좋은 말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최선이란 말보다 더 좋은 말이 무엇이겠는가?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에서 나타나듯이 인간으로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과정은 최선이 전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소진할 때까지 노력하는 것을 우리는 최선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도 쉽지도 않은 과정이다.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설정했다 하더라도 수많은 결정의 순간과 우선순위 그리고 인간 내적 갈등 요인들은 좌절과 포기를 불러오고 결국 목표 수정이라는 극단적 처방에 이르게 된다.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최선을 더 어렵게 하는 시점이 지금이다.
백일기도, 백일잔치, 백일홍 등 생활 속에서 100일과 관련된 표현들이 적지 않듯이 100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흔히 석 달 열흘이라는 표현으로도 많이 쓰이는 이 기간은 간절함의 표현과 완성의 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마지막 안간힘을 요구하는 기간이며 그것이 또 다른 최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100일이라는 기간은 폭염과 열대야라는 극한의 날씨와 9월 수시 원서 제출이라는 제도적 흐름 속에서 신체적 리듬의 파괴와 정신적 갈등을 동반한다.
설정된 목표가 결코 이룰 수 없는 허황된 망상처럼 느껴지고 계획된 학습량과 성적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좌절하고 포기하는 시점이 지금이다.
물이 컵 중간에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의 관점을 테스트하는 것이 한때 유행했었다.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
”라는 사람과 “컵에 물이 반 밖에 담겨있지 않다.
”라는 사람으로 구별하고 전자를 부정적 인간형, 후자를 긍정적 인간형으로 평가했다.

‘무의식적 발현이 의식보다 솔직하다’라는 정신 분석학적 입장이라면 이 실험의 평가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한 이 하나의 실험으로 개인 성향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소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보다 객관적인 과학적 표현은 “컵에 물이 정확히 반만큼 차있다.
”라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언어적 유희로 희화화 한 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최선이라는 말에 대비해 차선이란 말을 쓴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람이 자기 합리화로 나타나는 형태가 차선이며 결국 실패와 다름 아닌 것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실재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좌절과 포기 속에서 무력한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직 목표된 것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만 향해 나아갔고 그 기대는 더없이 컸기 때문에 상실감은 재도전마저 허용치 않는 경우가 많다.
최선만이 전부라는 생각 속에서 목표를 설정했기에 차선은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어식 사전풀이로 차선은 ‘The second best in bad situation라고 표현되고 있다.
말 그대로 나쁜 상황 속에서 만들어가는 두 번째의 최선이란 의미다.
최선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면 차선은 그 아름다움의 여운과 지속성을 가지는 순간이라 말하고 싶다.

부모님의 간절한 100일 기도의 완성은 내 아들의 성공만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들의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의지를 믿고 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혹여 그 실패가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차선을 향해 나아가길 소망하는 것이다.
남은 시간 헛되어 보내지 말길 부탁한다.
분명 최선보다 더 오래가는 차선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길 권하고 싶다.
 
김시욱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 원장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