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교육이야기]

학생들 격려 필요한 시점, 말 대신 한 번 안아주자

2018.09.12

하루 동안 사용한 말들이 얼마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탓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보다는 다소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사용하는 단어 수는 평균적으로 1만5천에서 1만6천이라고 한다.
이 연구결과의 부수적인 재미는 ‘여자가 남자보다 수다스럽다.
’라는 속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시 원서를 시작으로 수험생들의 일정이 무척 바쁘고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다.
내신이 부족한 학생들마저도 6개의 수시원서 기회를 마냥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입 수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의 심리상태는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더구나 한 번 실패의 경험을 안고 있는 재수생들의 마음은 차라리 헤아려 주기조차 안타까울 때도 있다.
‘힘내! 자신을 믿으렴. 노력의 보상은 반드시 널 기쁘게 할 거야….’ 어느새 일과 속 한 부분으로 자리한 격려의 말들이 수험생에게 분명코 필요함을 알면서도 그 효용성에 의문이 생긴다.
정말 그 말들이 그들에게 힘을 주는 말들일까? 흔한 상투적인 말에 지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필자의 안타까움은 언어의 한계성을 느낀다.

인간이 가진 문명의 산물인 언어는 사물을 지칭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은 한다.
소통을 통한 조직 문화의 정체성 역시 언어의 역할을 통해 일어난다.
언어가 갖는 모호함은 늘 진정한 뜻을 갖고 표현한 것임을 반복해 말하고 묻는 형태로 표시된다.
“내 말은 진정 널 위한 말이야!” “네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가 뭐야?” “정말이니?” 이처럼 일상 속 대화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말들은 언어의 이중성과 의미전달의 모호함을 잘 드러낸다.

하물며 이러한 모호함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을 정치 9단이라며 추켜세우기까지 하며 외교관계에서는 그러한 모호함을 고단수의 기술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결국 인간의 의식적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인 언어는 전달의 과정을 통해 의도된 왜곡과 받아들이는 쪽의 편의적 해석으로 의도된 방향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시기인 수험생들에게 한마디의 말조차 건네기 쉽지 않은 이유가 이러한 언어의 한계성에 있다.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던지는 가벼운 말이 자칫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될 수도 있기에 상투적인 말로 대신하는 무성의함이 못내 아쉬운 까닭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상담의 기본 방법으로 내담자의 말 못지않게 몸짓으로 이뤄지는 행동의 작은 부분도 집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이 가진 의사전달의 수단은 언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화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상대의 눈을 바라보라는 말은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된 몸짓과 손짓으로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자 하더라도 의식적 조정이 힘든 눈빛은 진실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아침이 오기 무섭게 무거운 책가방을 챙겨 떠나는 아들딸들이 밤늦은 시각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힘겨운 일상의 계절이다.
폭염이 끝나고 시원한 가을바람과 상쾌한 공기를 불러오는 가을이 왔다는 사실이 그나마 그들에겐 위안이 된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린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진의가 오히려 왜곡되어 그들에게 비수가 될 수 있는 예민한 시기이기에 말없이 한번 안아 주기만 하자. 그것마저 힘들면 가슴 속 애정과 안타까움으로 응원의 눈빛을 보내길 부탁해 본다.


김시욱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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