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습과정서 생기는 ‘절망’ 더 세심한 공부 위한 조건

김시욱의 교육이야기

2018.10.11


한 달 남짓 수능 시험일을 앞둔 시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시험 후 채점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절망과 환희의 감정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심지어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간혹 있다.
절망이 그들의 의지를 앗아가는 순간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변신’이란 소설을 쓴 카프카의 말을 빌려 본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은 내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걸려 넘어지는 일이라면 가능합니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넘어진 채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 대부분의 우리 인간이 절망에 맞닥뜨렸을 때 행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솔직하게 카프카는 고백하고 있다.

어린 시절, 병약했던 신체적 한계와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으로 계속된 학대는 그를 절망으로 몰아왔으며 절망의 병리적 현상인 우울증에 사로잡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소설 속 벌레가 카프카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아버지의 빚을 대신해 의류회사 영업직원이 된 그레고르의 일상은 절망의 연속이었고 그러한 고통의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아침, 하기 싫은 출근을 앞두고 자신이 벌레가 된 사실 앞에 다시 한번 절망에 빠지게 된다.

동생과 엄마의 모성애로 초기엔 관심과 걱정을 받게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골칫거리와 비난의 대상이 된 그레고르는 결국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상처를 받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들뜬 나들이와 대비되는 그의 쓸쓸한 생의 마감은 물질주의와 아버지의 학대에 희생된 안타까운 벌레보다 못한 일생이었음을 전하고자 한다.

과연 절망은 이토록 안타까운 결말만을 예정하고 있음인가? 절망이 절망을 반성하지 않는 것은 우울과 자기 파괴의 현실만을 해답으로 살아가길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기분이 가지는 순기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긍정적인 기분보다 부정적 기분을 가질 때 세상을 비난하려는 시도 속에 보다 세심하게 현실을 바라보게 되며 자신에 대한 절망으로 시작되는 자기성찰은 결국 성숙도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더불어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불러오며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만드는 설득력과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정적인 기분을 누군가에게 표출하고자 하는 우리의 절망이 기폭제 역할을 하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나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우려는 안간힘은 오히려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문제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묵묵히 파내며 일구어 왔다.
”라는 카프카의 말에서 우리는 ‘부정의 힘’을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절망은 절망을 반성할 필요가 없음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위해 겪는 필수적 과정임을 알고 있기에 자신에 대한 지독한 질책은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나타나는 수험생들의 일상에서 절망은 필연적 과정이며 그로 인한 세심한 학습과정과 간과한 부분을 찾아보다 깊게 공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확장성이 보다는 자신의 능력치를 인정하고 학습 된 범위 속에서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시험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절망하는 지금 이 시간이 새로운 시작’인 이유이다.

영어전문학원 에녹(Enoch)원장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