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기 정체성 찾아 원하는 삶 개척해 나가야

발행일 2018-09-27 19:18: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시욱의 교육이야기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늘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살아간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정체성 정립은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필연적 과정이다.

방탄소년단이 유엔아동기금의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발표 행사에 참석해 연설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국가 원수나 외교대표가 아닌 K-POP 아이돌 그룹이 국제기관에서 대표 연설을 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7명 모두 연단에 올라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의 목소리로 실시간 세계 전역으로 방송되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서둘러 연설 원문을 구해서 읽어본다. 울컥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에 필자의 나이와 체면을 잊을 뻔했다.

10대 소년 시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꿈을 잃어 버렸다는 RM의 자기고백은 정체성 상실의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만든 틀 속에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누군가가 부르는 이름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했다는 말은 획일적 기준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체성이 타인의 시각으로 재단되고 만들어지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는 지금의 모습이 자신인가 하는 의문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초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방탄소년단의 소식을 듣고 필자의 두 딸은 멤버들 각자의 프로필을 읊조리고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대중문화 소비시장의 메카인 미국을 점령한 K-POP이었기에 문화 중심 세대인 청소년을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미국에서 단계적 상승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더욱 특이하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인기가 아니라 유엔아동기금의 연단에 올라 세계 청소년들에게 미래와 꿈을 전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이 시대 리더의 면모를 갖춘 그룹이라고 만할 수 있다. K-POP은 화려한 볼거리와 빠른 비트로 이어지는 노래 속에서 중독성 깃든 중복 음절의 반복은 팬덤이라 불리는 독특한 청소년 문화를 형성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불타오르네(FIRE)’라는 곡을 들어보라고 필자는 권하고 싶다. “니 멋대로 살어 어차피 니 꺼야.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 새벽이 다 갈 때까지. 그냥 살아도 돼 우린 젊기에. 그 말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 자신의 정체성과 젊은 세대의 동일한 시대적 고민을 찾아가며 해답을 제시하는 노랫말이 아닌가 싶다.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가치관 부재의 맹목적 삶이 아니라 젊음이라는 특권을 통해 두려움을 불태워 버리라고 방탄소년단은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노랫말은 사회구조 속에 함몰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라는 메시지였고 입시의 교실 현장을 거부하는 혁명의 목소리였다.

연설의 말미에 리더 RM(김재준)은 많은 사람들처럼 자신도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결점과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끌어안고 최대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임을 전하고 있다.

필자 또한 자기 이름으로 자신의 길을 향해갈 때 진정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기에 방탄소년단의 마지막 말을 대신 전하고 싶다. What is your name? Speak yourself.



김시욱

영어전문학원(Enoch)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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