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 사투 ‘땀범벅’ … ‘냉방병’에 머리 지끈

발행일 2016-08-05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패딩·장갑·모자 완전 무장차가운 얼음만 다듬다보면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워





통풍도 제대로 안 되는 소방복을 입고 화마에 뛰어들어 구슬땀을 흘리는 소방관들은 연일 쏟아지는 직사광선에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야속하기만 하다. 반면 영하의 작업환경 탓에 여름철의 부자병(?) 냉방병에 시달리는 빙상장 정비 근로자들은 두꺼운 옷을 겹쳐 입고 두통과 싸우고 있다. 찜통 더위에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극과 극의 여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만나 봤다.

◆이열치열 시민생명 지키는 소방관

"폭염이요? 소방관을 두 번 힘들게 하는 야속한 날씨죠.”

일분 일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시민을 위해 상시 대기하는 든든한 영웅들이 있다. 소방업무를 맡은 지 올해 13년차인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이영준 소방관은 “소방관에게 폭염이란?”이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화재 발생 시 소방관들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장비는 방화복, 공기호흡기, 방화두건, 화재진압용 장갑, 휴대 탐조등, 도끼 등이다.

이들 장비의 무게는 20kg이 훌쩍 넘어 가뜩이나 폭염으로 헉헉대는 소방관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특히 화재현장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방화복은 내피, 외피로 겹겹이 쌓여 있어 통풍조차 되질 않아 소방관들의 숨통을 조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에 소방관들의 방화복은 입는 것 자체가 고역이나 다름없다.

이영준 소방관은 “소방관들은 화재가 발생하면 하나의 불씨 잔불을 정리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화재진압 후 방화복을 벗으면 땀을 많이 흘리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 시 40℃에 육박하는 기온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

화재진압 후에도 소방관들의 고충은 이어진다. 요즘 같은 더운 날이면 출동 횟수만큼 세탁기를 돌리는 횟수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연이은 폭염 탓에 세탁기가 과열되면서 한 번씩 고장이 난다는 것.

이에 신속한 재출동에 대비하고자 복귀 직후 바로 빨래를 돌려야 하는 소방관들은 멈춰선 세탁기를 보면서 망연자실하기 일쑤다.

이뿐만 아니다. 소방관들은 화재 발생이 아니더라도 벌집 제거, 고양이 구조, 잠긴 문 개방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하느라 쉴 틈이 없다.

이영준 소방관은 “인력이 부족해 힘이 들기도 하지만 소방관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을 위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며 “땀 흘린 만큼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여름에 패딩입은 빙상장 정비공

“폭염이요? 이곳에서는 먼 나라 얘기죠.”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겨울 왕국의 모습을 갖춘 장소에서 여름을 나는 직업군이 있다. 대구 북구의 실내빙상장 정비공인 김용근(57)씨는 바깥 날씨와는 대조되는 방한복 차림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 곳에서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다. 오히려 잔 위로 새하얀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그립기만 하다.

이곳 실내빙상장의 여름철 평일 평균 방문객은 400명 정도다. 주말에는 800명까지 찾아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에 날이 선 스케이트화에 갈린 얼음들을 매끈하게 다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김씨는 “이용객들도 많고 쇼트트랙, 피겨 등 선수들도 자주 빙상장을 찾기 때문에 금세 얼음이 갈리곤 한다”며 “갈려진 얼음들은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해서 스케이팅 감을 떨어뜨리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다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빙상장이 문을 연 19995년부터 일해왔다는 그도 바깥 날씨와 30℃ 가량 차이 나는 추위는 가끔 소름이 돋는다. 실내빙상장 내부의 온도는 영상 8℃. 이에 김씨는 패딩에 장갑, 모자까지 완전 무장을 한 뒤 정빙기에 탑승한다.

김씨는 얼음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높다. 정빙기로 표면을 다듬고 나서도 쉬지 않고 직접 스케이트를 타며 얼음 상태를 테스트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표면 균형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혹여 폭염 탓에 얼음이 녹아 스케이트 타는 학생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잠시도 얼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빙상장에 들어서면 처음 한 두 시간이야 괜찮지만 계속 있다 보면 여기가 겨울인지 여름인지도 제대로 분간을 못 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다”며 “그러나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 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이아람 기자 aram@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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