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야생화 향기 즐기며 정성담은 음식으로 힐링해요”

<19> 맛과 정성을 담는 농가맛집 ‘호애농원’

2018.10.09

호애농원의 이태보 대표가 야생화 하우스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야생화 화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br>
호애농원의 이태보 대표가 야생화 하우스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야생화 화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호애농원에서 돼지감자, 깻잎, 방풍나물로 만든 장아찌(위). 숙성중인 마늘종(아래).
호애농원에서 돼지감자, 깻잎, 방풍나물로 만든 장아찌(위). 숙성중인 마늘종(아래).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로부터 정절을 지키고자 마을 부녀자들이 천 길 낭떠러지에서 흩어지는 꽃잎처럼 몸을 날렸다는 전설을 품은 곳이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에 있는 낙화담(落花潭)이다.
지금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인 지천지(枝川池)로 변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낙화담으로 부른다.

그 낙화담 옆에 아담한 집을 짓고, 농가 맛집과 야생화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강소농이 있다.
호애농원의 이태보(61) 대표와 남편 손제순(61)씨다.
남편은 강소농 자율모임체 ‘협동조합 칠칠곡곡’의 조합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3천㎡ 정도의 아담한 밭에 고사리와 명이나물, 두릅, 가죽나무 등 각종 채소류를 재배한다.
여기서 나오는 농산물을 직접 가공ㆍ판매하거나 체험용으로 활용한다.
농가맛집도 운영해 명실상부한 6차 산업형 농업으로 연간 5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강소농이다.
호애농원은 ‘호숫가 작은 언덕 위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향수병에 걸린 남편

호애농원이 있는 칠곡군 지천면은 남편 손제순 조합장의 고향이다.
대구로 나가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운수업에 종사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부모님이 운영하던 운수업을 승계해 청년CEO로 활동했다.
사업가의 능력을 알아본 부모님이 일찌감치 사업을 물려주고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부모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주변에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도 들었다.
사업은 순조로웠지만, 고향과 농촌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런 남편을 보고 이대표는 “당신은 향수병에 걸렸다”고 놀렸다.
결국, 잘나가던 운수업을 26년 만에 접고, 2006년 귀농을 결정했다.
남편은 농촌생활을 즐기려고 ‘귀촌’을 주장했지만 이대표의 눈에는 귀농으로 보였다.
귀농 후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남편을 믿었다.
농사일을 전혀 몰랐던 이대표로서는 걱정도 많았고, 농촌생활에 힘도 많이 들었다.
특히 터를 잡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집을 짓고자 수도 없이 많은 농가주택을 둘러보고 장단점을 검토한 끝에 지금의 집을 건축했다.
이 대표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다른 곳을 견학하고,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도면을 그리고 고민했던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움이었어요.”라고 말한다.


◆맛과 정성을 담는 ‘호애담’ 농가맛집

이대표의 음식 솜씨는 남다르다.
아무 음식재료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맛있는 음식으로 변한다.
음식재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재료의 특성을 살려 뚝딱 만들어 낸다.
주변에서 ‘식당을 해보라’고 권했다.

3년 전 ‘호애담’이라는 농가맛집을 열었다.
음식 솜씨가 좋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는 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방백숙과 돼지와 오리 황토 바비큐가 주메뉴지만, 주문하면 어떤 음식이라도 내놓는다.
너무 많은 손님을 받으면 정성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하루에 2팀만 받는다.
수입은 적지만, 손님들에게 정성이 담긴 음식만을 대접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에 예약해야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할 수 있는 품격있는 농가맛집이다.
한방백숙과 오리 바비큐는 마리당 5만 원, 돼지바비큐는 1인당 2만 원으로 맛과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에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야생화 체험장, 독도분경 전시
이태보 대표의 남편 손제순씨가 호애농원을 찾은 체험객들에게 야생화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br>
이태보 대표의 남편 손제순씨가 호애농원을 찾은 체험객들에게 야생화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애농원에는 6백여㎡ 남짓한 비닐하우스가 있다.
여기에 수많은 야생화가 있다.
은방울꽃을 비롯해 둥굴레, 동강할미꽃, 한라부추 등 4백여 가지에 이른다.
이곳에서 어린이들과 가족단위로 야생화 체험을 한다.
이대표는 현재 ‘칠곡들풀사랑연구회 회장’과 ‘경북도 우리꽃지킴이 부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야생화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야생화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첫 번째가 건강이다.
꽃들을 가꾸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었고, 퇴행성관절염과 안구건조증도 없어졌다.
2008년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생활원예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2012년에는 독도분경(盆景: 돌과 모래 등으로 산수의 경치를 꾸미어 놓은 분이나 분재)을 제작해 경북도농업기술원 현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이대표는 “독도 분경을 만들면서 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이 솟아나 가슴 뿌듯함을 느꼈지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만큼 가슴이 두근거려요”라면서 얼굴을 붉힌다.


◆장아찌는 우리의 전통음식
호애농원 이태보 대표가 직거래 장터에서 농장에서 만든 장아찌를 판매하고 있다.<br>
호애농원 이태보 대표가 직거래 장터에서 농장에서 만든 장아찌를 판매하고 있다.
장아찌는 김치, 된장과 함께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우리민족 고유의 음식이다.
발효과정을 거치면서도 재료 본연의 고유한 맛을 잃지 않고 향미를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아찌는 많은 사람이 짜다는 것과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수분이 많은 음식재료를 장기간 보존하고자 개발된 음식이라 소금을 많이 넣어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애농원에서는 저염식으로 장아찌를 만든다.
짠맛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저염식 장아찌는 섭씨 0.5도에서 장기간 저온숙성을 시키고, 3개월에 한 번씩 장아찌를 건져내고 그 물을 끓인 후 식혀서 다시 넣기를 반복한다.
저염식이기 때문에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한 관리법이다.

만드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하다.
간장과 식초 설탕을 같은 비율로 혼합하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소주를 첨가한 다음 식재료를 넣고 숙성을 시키면 된다.
이대표는 고객들에게 저염식 장아찌 레시피를 알려주고 집에서 만들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많은 고객들은 집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항상 이곳에 주문한다.
그 이유를 물으면 ‘손맛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경북농업기술원과 칠곡농업기술센터의 식품가공교육을 통해 제조법을 배우고 집에서 많은 실습과정을 통해서 터득했을 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겸손해한다.
칡과 생강, 산 도라지로 만든 수제 조청도 인기가 많다.


◆영양사들도 찾아오는 체험학습농장

호애농원의 체험활동은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다.
주로 어린이와 가족, 사회단체 회원, 소비자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선생님들도 자주 체험활동에 참가한다.
체험활동은 크게 음식체험과 야생화,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다.
음식체험은 장아찌와 고추장, 청국장, 김장 담그기 등 슬로푸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야생화체험은 야생화에 대한 기본교육과 야생화 화분, 분경 만들기와 야생화 제자리 돌려주기도 함께한다.
도자기 체험은 화분과 연필꽂이, 접시 등을 만들면서 어린이들에게 흙을 직접 만지게 함으로써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 위한 체험이다.


◆야생화 군락지 조성이 꿈

이대표는 “향수병에 걸린 남편을 따라 귀농을 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이제는 나 자신이 농촌을 더 좋아하게 됐다”며 “큰 욕심없이 자연에 순응해 건강하게 농촌생활을 즐기면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말한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농장 뒷산에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곳에 사시사철 우리 꽃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농장명: 호애농원
▲농장주: 이태보(2017강소농)
▲구입문의: 010-4877-4524
▲블로그: https://blog.naver.com/tbo5579
▲소재지: 칠곡군 지천면 지천로 386
▲이메일: taebolee@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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