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맛도 가격도 최고를 꿈꾼다

발행일 2018-08-07 19:58: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2> 포도농사의 달인 ‘탐스러운 포도원’

씨가 없고 달콤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거봉포도.


‘데이마케팅(Day Marketing)’이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념일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이다. 특정 날짜와 제품의 이미지를 연관시켜 의미를 부여하고 해당 상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2월14일)와 빼빼로데이(11월11일) 등 60여 종류가 넘는다. 8월8일은 ‘포도데이’다.

8월8일을 포도데이로 정한 것은,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포도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8월의 여덟 번째 날인 8일이 포도 모양과 닮은 8자가 두 번 겹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도 집산지인 영천에서 포도 농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탐스러운 포도원’ 신길호(50)ㆍ박명희(50) 부부 강소농을 만나 본다. 이들 부부는 영천시 금호읍에서 17년째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거봉과 샤인머스켓 등의 신품종 포도를 재배해 연간 1억2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포도 전문가다.

◆정통파 농사꾼

‘탐스러운 포도원’ 신길호 대표는 정통파 농부다.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양돈농장에서 12년간 근무하다가 독립해 양돈장을 건립해 돼지를 사육했다. 많을 때는 1천300마리까지 사육했다. 3년간 양돈장을 운영했으나, 전공인 과수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양돈을 접었다. 결혼을 하면서 영천에 정착해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처음 포도를 시작할 때 의욕은 넘쳤으나 어려움도 많았다. 포도농사를 할 땅이 없어 남의 과수원을 임차해 농사를 지으면서 농지를 늘리고 포도밭을 조성했다. “일하는 것이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요. 아내에게 너무 고생시킨 것이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포도농사는 계절별로 일거리가 몰린다. 새순을 유인하는 5월 초순이나 수확을 하는 8월이 되면 하루에 15시간 이상 일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덜 들이며 일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정밀작업은 부부가 직접하고, 단순 작업은 일꾼을 구해서 한다는 법칙이다. 6월 중순의 알 솎기 작업은 20명 이상의 일꾼을 구해서 하루에 끝낸다. 포도 알맹이의 1차 비대기 전에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다. 농장의 모든 포도들이 동시에 성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기를 놓치면 생장과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농작업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것이 정통파 농부의 노하우다.

◆가락시장 최고 경매가

신 대표가 영천 별빛촌포도연구회 현장 세미나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영천에서 둥지를 튼 가장 큰 이유는 영천이 포도 집산지라는 것이다. 어떤 작목이든지 집산지에서 얻는 많은 장점이 있다. 유통망 확보와 정부지원, 선도농가 기술력 등 수없이 많다.

신대표도 실전 기술을 익히고자 수많은 발품을 팔았다. 경북농업기술원과 영천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다양한 영농교육을 이수했다. 특히 경북농업기술원의 권민경 박사와 영천시농업기술센터의 전성호 박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이들과는 수시로 포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이런 노력을 통하여 점차 전문가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가락시장에서 거봉 2kg(4송이) 한 상자에 2만2천 원으로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탑푸르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도 한 송이로 아파트 한 채를….

언제부턴가 신대표는 “포도 한 송이로 아파트 한 채를 살 때까지….”라는 말을 즐겨한다. 신대표는 “남들은 웃을지 몰라도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라며 강한 의욕을 보인다.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재배한 ‘루비로망’ 포도 한 송이가 경매시장에서 1천264만 원을 기록했다. 30알이 달렸으니 한 알에 42만 원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이 일본농업의 ‘최상품 고가 마케팅’의 결과다.

새로운 작물과 기술이 성공하면 지역사회가 동참한다. 지자체가 이름짓기 공모전을 열고, 기업들이 경매에 참여해 고액을 불러 값을 올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마케팅과정을 거치면서 명품을 만들어 내고 농가소득을 끌어올린다.

신대표는 자신의 포도를 고가의 명품 포도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무모한 도전만은 아니다. 전직 장관출신이라는 소비자가 신대표의 포도를 먹어보고 가락시장 상인을 통하여 연락처를 알았다면서 전화가 왔다. “지금까지 먹어본 포도 중에서 최고였습니다”라면서 “값이 얼마라도 좋으니 몇 상자를 보내 달라”고 했다. 신대표는 한국에서도 품질만 보장되면, 농산물 고가마케팅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별한 포도 재배기술

‘탐스러운 포도원’의 포도 재배기술은 다른 농장과는 많이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열매줄기(신초)의 간격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것이다. 간격은 물론 굵기를 조절해 수세를 균일하게 하여 동시개화를 유도하고, 작업의 생력화를 기한다. 이런 기술은 포도 재배의 최고 기술이다.

이뿐만 아니다. ‘탐스러운 포도원’ 농장 지하 3m 아래에는 커다란 관이 묻혀 있다. 여름철 과수원의 고온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지하 관속을 통과한 공기 온도는 지상보다 2∼3℃가 낮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바람을 비닐닥트를 통하여 과수원 전체에 보냄으로써 온도를 낮추고 공기 흐름을 좋게 해 포도의 품질을 놓인다.

품질관리도 철저하다. 당도가 떨어지거나 맛이 없는 포도는 바로 폐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품질의 균일화를 도모한다. 폐기하는 포도가 아깝지만, 상품(上品)과 섞이면 전체가 하품(下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덕분에 일반농가의 2㎏ 한 상자 경락가격이 8천 원 정도지만, 신대표의 포도는 1만2천 원을 받는다.

◆맛있는 포도의 규격화 생산기술 확립

모든 과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윈윈해야 하는 사업이다. 소비자는 맛과 저장성, 적절한 가격을 원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신대표는 ‘맛있는 포도의 규격화 생산기술 확립’만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 비법은 ‘다비재배’(표준시비량보다 더 많은 양의 비료를 주어 재배하는 방법)를 지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질소질(N)이 많으면, 열매는 크지만, 맛과 저장성이 떨어지고 나무도 웃자란다. 사람과 비교하면 과식에 의한 비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당장은 생산량이 많아 좋을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손해라는 것.

신대표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해 다비재배를 해서는 물밀듯이 들어오는 수입과일의 홍수를 막을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자신이 소속된 모든 단체에서도 ‘맛있는 포도 규격화 생산기술 확립’으로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있다.

신대표는 현재 별빛촌 포도연구회 회장과 한국포도연구회 연구분과 사무국장, 영천포도연구회 회장, 경북명품포도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후계 영농인 양성 교육 목표

신대표는 두 가지의 꿈을 가지고 있다. 포도과수원과 음식을 연계하는 것이다. 즉 포도농장과 식당을 융합한 6차 산업형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마침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장남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기로 해 조만간 그 꿈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는 앞으로 10년간 포도농사에 전념하고, 그 후엔 후계 영농인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터득한 포도재배에 대한 모든 기술을 청년 농업인들에게 전수해 포도의 장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맛있는 포도의 규격화 생산기술 확립’과 ‘포도 한 송이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날’을 열고 싶은 것이 꿈이다.

▲농장명: 탐스러운 포도원 ▲농장주: 신길호 (2017 강소농) ▲구입문의: 010-4803-2933 ▲소재지: 영천시 금호읍 봉죽리 256 ▲이메일: sgh12202933@naver.com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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