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까지 알찬 호두, 철저한 품질관리가 답이죠”

발행일 2018-09-18 20:25: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7> 백두대간 삼도봉 아래 ‘산할아버지 농장’

김현인 대표의 어머니 오성자(77)씨가 갓 수확한 호두를 들고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웃고 있다.


지리산 천황봉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의 힘찬 기운이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삼도봉(1천177m). 그 주변은 우리나라 최대의 호두 집산지다. 삼도봉은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적당한 고도 때문에 영동과 무주, 김천에서 생산되는 호두는 품질과 수량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김천은 전국 호두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두하면 최초 재배지인 천안보다 김천이 더 유명한 곳이다.

삼도봉 아래 해발 4백m 지점인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에 호두 강소농이 있다. ‘산할아버지농장’의 김현인(45) 대표다. 1만6천500㎡에 이르는 농장에 호두를 재배해 연간 1억 원의 소득을 올린다.

◆스타강사 대신 호두농사

‘산할아버지’ 호두농장 김대표는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가 고향이다. 아버지는 산에서 약초를 캐고 호두농사를 지어 아들을 대구로 유학 보냈다. 김대표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 13년간 논술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논술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등 잘 나가는 스타강사였다.

그 스타강사가 어느 날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 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귀농을 탐탁잖게 여겼다. 아들만큼은 도시에서 편한 생활을 하기를 바랐다. 2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아버지의 눈에는 어설픈 농사꾼으로만 보였다.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들은 다시 도시로 나갔다. 논술강사로 생활하면서도 농촌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또다시 가족을 설득하는 등 힘든 과정을 거친 후 농촌으로 돌아와 완전히 정착했다. 김대표는 그동안 많은 영농교육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차츰 농사꾼으로 변해갔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실력있는 청년 농사꾼’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한 농산물의 홍보와 판매에 대해서는 최고수준이다. 무엇보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는 농사꾼이 되었다.

◆호두나무는 장수하는 과실나무

나무에 달린 호두. 수확 후 겉껍질을 벗기고 건조해 판매한다.
호두나무는 경제 수명이 80년 정도로 장수하는 과실나무다. 백 년을 넘기는 나무도 수두룩하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에서 손자와 증손자가 수확하는 것이 바로 호두나무다. 김대표의 농장에도 백 년을 넘긴 호두나무가 다섯 그루나 있다. 아직도 한 그루에서 120㎏을 생산한다. 고령의 다섯 그루는 아마도 증조할아버지나 고조할아버지가 심었을 것이다. 아직도 늠름한 모습이라 몇십 년은 거뜬할 것 같다. 어쩌면 김대표의 손자까지도 이 나무 아래서 호두를 주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두나무는 손자를 위해 심는 나무라고 한다. 김대표도 윗대 할아버지가 심은 호두나무의 열매를 먹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품앗이로 상생발전

문학과 농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줄 알았다. 호두를 키우는데 시(詩)가 무슨 소용이 있고, 소설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문학이 농사를 만나자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다.

문학을 공부한 덕분에 김대표의 블로그는 매우 감성적이다. 단순히 호두에 대한 홍보와 판매공간만이 아니라, 고객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대표가 중심이 되어 38명의 강소농들이 참여하여 ‘김천소셜 세일즈반’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통해 회원들은 인터넷 품앗이를 한다. 회원들이 서로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함으로써 상위권에 노출되도록 하여 판매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블로그 활동이 미숙한 회원들의 블로그를 검토해 미비점을 보완해주고, 고객들이 선호하는 키워드를 함께 만들기도 한다. 현대판 품앗이인 셈이다.

◆철저한 품질관리

김현인 대표가 수확한 호두와 호두 기름을 살펴보고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처럼 호두 속은 아무도 모른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도 호두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호두는 까봐야 안다. 그래서 고객들로부터 간혹 불만(complain)이 들어온다. 철저한 품질관리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김대표는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다. 완전히 익은 호두를 수확하고, 크기에 따라 대ㆍ중ㆍ소로 선별한다. 정밀한 전자저울을 이용해 일일이 호두의 무게를 잰다. 이렇게 해서 크기에 비하여 가벼운 호두를 골라낸다. 속이 비어 있거나 알이 차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저한 선별 덕분에 고객들의 불만은 없어졌다. 처음 김대표가 호두를 크기별로 선별할 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핀잔을 주었으나, 이제는 모두 따라한다. 상품(上品)에 하품(下品)이 섞이면, 모두가 하품이 된다는 김대표의 주장에 공감한 것이다.

◆호두와 칡즙

김현인 대표의 아버지 김대진(80)씨가 야생 칡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런 칡으로 칡즙을 만들어 판매한다.
최근 호두와 칡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호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타임’지에서 인체에 면역력을 높여주고 산화를 늦추는 세계 10대 슈퍼식품으로 소개하면서 건강식품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농장의 또 다른 상품은 칡즙이다. 칡즙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아 갱년기 여성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칡은 주로 겨울에 아버지(김대진ㆍ80)와 함께 캔다. 베테랑인 아버지는 하루에 100kg 정도를 캐지만, 김대표는 아버지의 절반도 캐지 못한다. 대신에 칡즙 판매는 김대표 몫이다. 아버지 김대진씨는 평생 산을 친구삼아 살아왔다. 산나물을 뜯고 약초를 캤다. 올해로 80의 나이지만 산에만 가면 청년이 된다.

젊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산판(벌목작업) 일도 했다. 그러니 산과 한 몸이 된듯하다. 김대표는 호두를 재배하고 칡을 캐는 일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농장 이름도 아버지를 모델로 ‘산할아버지농장’으로 지었다.

◆쉽고도 어려운 호두농사

호두는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농사다. 흔히들 호두는 나무만 심어놓고 기다리면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호두나무는 아무 곳에나 심어도 잘 자라고, 농약을 많이 치지도 않는다. 다른 과수와 달리 전정작업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연 친화형 과실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호두는 심은 후 7∼8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리고, 10년은 넘어야 본격적인 수확이 가능한 장기투자 작목이다. 무려 10년간 소득이 없으니 끈기가 없으면 못한다. 호두는 수확도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장대로 따야 한다. 특히 산지에 심은 호두나무 수확은 더 어렵고 위험하다. 그래서 쉽고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종합놀이체험장 조성이 꿈

김대표는 먹거리로 호두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놀이용 식품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호두과자, 파이, 마카롱 만들기 체험을 통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호두와 친숙하게 하여 소비층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넓은 호두농장을 활용해 조랑말과 앵무새, 토끼 등의 동물을 연계한 종합 놀이체험장을 만드는 것을 계획 중이다. 또한, 체험객들을 마을과 연계해 이웃농가의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생산과 체험, 농산물 판매를 융합해 나가는 것이 김대표의 꿈이다.

▲농장명: 산할아버지 농장 ▲농장주: 김현인(2014강소농) ▲구입문의: 010-4143-2464 ▲블로그: https://blog.naver.com/sanpapa1 ▲소재지: 김천시 부항면 해인길 36 ▲이메일: sunsu10004@hanmail.net

글ㆍ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ilso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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