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청산·민주정부 첫삽…숱한 정치개혁 단행

발행일 2015-11-27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과 자유ㆍ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해 온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최연소ㆍ최다선 의원을 지내며 젊음과 열정을 쏟아 부었던 국회의사당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함박눈이 내리면서 국회 앞뜰 광장은 영하권의 추위가 절정에 달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엔 많은 조문객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떠나면서 우리에게 큰 정치와 화해, 의회 민주주의를 선물로 남겼다.

일부 업적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지만 민주정부 탄생의 첫 삽을 떴고 이후 하나회 청산 등으로 군부독재의 망령을 청산한 것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업적이자 ‘민주화’에 대한 큰 족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한 5년간 대한민국은 개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감한 추진력, 주도적 리더십, 특유의 돌파력, 두려움 없는 결단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개혁 조치가 잇따랐다. 그는 긴급 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단행, 금융거래 투명성을 높였다.

부동산실명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또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를 도입, 부정부패 척결에도 만전을 기했다.

군부정치를 종식시켜 우리나라 정치를 선진화 시키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등 역사 바로 세우기로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남겼다.

옳은 일이라고 판단하면 정면 돌파하는 김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후대의 공통된 평가다.

김 전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통에도 일가견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IMF 대통령’이란 냉혹한 꼬리표는 그를 괴롭혔다. 많은 사람이 그를 IMF의 원흉으로 기억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겪게 만든 사건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자고 나면 길거리에 나앉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수많은 기업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이 발생했다. 말 그대로 범국가 차원의 환란이었다.

또 임기시절 친인척 관리의 실패, 지역감정 조장 등은 정치인, 대통령으로서의 ‘과’로 남았다.

김 전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정치적 유언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이념 논쟁과 진영 논리로 사분오열돼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ㆍ지역ㆍ계층을 뛰어넘는 통합과 화합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50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바탕이 됐다.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라는 금과옥조와 같은 자산을 상속해 누리고 있는 셈이다.

상속받은 ‘금수저’를 어떻게 사용할 지는 현 정치인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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