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 바라기’ 친박…TK 계파정치 희생양 만드나

폐족위기 불구 박 전 대통령 호위무사 자처 태극기 민심과 결집 탄핵 불복·검찰 수사 대비 정치권서 정치적 고립 우려…포용의 정치 필요

2017.03.20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자유한국당 주류세력으로 군림했던 친박(친박근혜)계가 폐족 위기에 몰렸다.
이는 친박 그룹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대구ㆍ경북(TK) 정치권 전체의 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태극기 민심과 결합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에선 여론 흐름에 역행하는 친박에 기대선 정치적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양성과 역동성을 갖춘 ‘포용의 정치’를 지역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박계는 여의도 정치에서 TK의 위상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불통의 ‘상명하복식’ 정치문화를 만들어내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친박계의 묻지마식 ‘진박(진짜 친박) 공천’이 단적인 예다.

‘진박 공천’으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참패했지만, 친박계가 주류였던 TK 의원들은 다수가 생환했다.
특히 경북은 13석 모두 집권당이 석권한 바 있다.

이처럼 양면성을 가진 친박계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역대 정권 창출의 주역이었던 TK 정치권은 직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에 박 후보의 가신 그룹의 핵심 ‘TK 친박계’는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주류를 형성하며 권력의 최상위층에 포진했다.

친박계는 2004년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로 선출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을 때 당시 박 대표는 천막당사를 설치해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친박계가 그를 보좌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치러진 총선에서 친박 의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권력의 정점에 섰다.

현재 친박계는 대통령 파면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아 ‘TKㆍ태극기’를 동력삼아 재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서청원ㆍ김진태ㆍ윤상현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로 이뤄진 ‘친박 8인’은 대통령 ‘호위대’를 자처하고 있고, 지역의 최경환(경산)ㆍ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도 ‘친박 8인’에 이름을 올렸다.

친박계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있다.
또 보수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TK 민심’의 흐름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었지만, “TK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탄핵 이후 고립무원에 빠진 친박계가 TK 정서에 기대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정가에선 친박계가 호락호락 무너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차례 대선을 치르고 집권여당 주류가 된 친박계의 전국 조직력을 쉽게 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TK에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지지층이 여전하다.
대구 출신의 박 전 대통령에게 TK는 정치적 기반이 됐던 곳으로,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지지층이 존재한다.
이는 대선을 앞둔 한국당 내에서 친박계의 인적청산 요구가 사라지게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태극기를 등에 업고 한국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친박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진태 의원이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대구 서문시장을 잇따라 방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친박을 옹호하는 발언도 나온다.

대구의 한 한국당 핵심 당원은 “친박 실세 서청원ㆍ최경환(경산) 의원에 대한 3년 당원권 정지 조치가 있었지 않나. 인적청산이 미흡한 점도 있지만, 당을 이탈해 바른정당을 만든 의원들이 친박보다 더한 해당행위를 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 다수도 친박을 포용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탄핵 정국에서 친박계의 공동 책임론을 강조하며 친박계를 성토하던 분위기는 사그러드는 듯 보인다.
당 개혁 목소리까지 ‘대선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모습이다.

대통령 파면에도 친박계의 동력이 그대로인 이유는 한자릿수에 정체된 당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바른정당도 한 몫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핵심이자 대선주자인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의 지지율 정체는 친박계가 TK를 중심으로 세력을 수성하는데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는 것.
현재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또 ‘탄핵 불복’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전반적인 여론 흐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라는 지적과 함께 자칫 친박이 주류인 TK의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TK가 계파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보수 인사는 “보수와 TK를 지키기 위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워야 한다”며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의리보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앞서기 때문이다.
보수가 법치를 부인할 경우 역풍이 친박계로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정일 기자 kji@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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