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보장·평화협정` 다면포석

발행일 2002-10-25 20:07:2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5일 담화를 통해 북∙미불가침조약 체결을 전격 제의하고 나선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제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정전협정 대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골자로 한 북측의 ‘한반도 평화보장 수립체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백승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한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는 등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측면이 우선적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날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우리(북)에 대한 핵 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한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측이 ‘핵 불사용`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북한 등 7개국에 대해 핵 공격가능성을 상정한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작성하는 등 ‘선제공격` 의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북측의 절박한 정세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통해 군사공격을 배제한 불가침조약을 맺어 체제보장을 받아내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상을 공인받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어느정도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난 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제의한 북∙미 불가침조약은 ‘북∙미평화협정`속에 들어가는 부속 조항일 수 있다”면서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보장인 평화협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이번 제의는 남북한과 미국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평화협정을 당장 체결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해서는 6.25전쟁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주도하고 남한이 옵서버로 참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측은 지난 96년 2월 북미간 잠정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한은 2000년 10월 12일 미국의 ‘공동코뮈니케`에서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데서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도가 있다”고 합의했으나 이번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해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밖에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한데는 앞서 언급한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준수할 것을 미국에 재차 촉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쌍방은 어느 정부도 타방에 대하여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앞으로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제의가 대화의지를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먼저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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