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역주의 구도…TK ‘묻지마식 보수몰표’ 줄었다

발행일 2017-05-10 20:19: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홍준표 대구 45.16%·경북 48.62% 과반득표 못해
박정희·박근혜 부녀 텃밭 구미·대구 달성도 40%대
문재인 약진 ‘눈길’…김천 율곡동선 홍 후보 이겨

자유한국당이 19대 대선에서 박정희ㆍ박근혜 부녀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경북 구미와 대구 달성군에서도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득표율을 보이며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다.

특히 김천시 율곡동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를 이기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은 개표 결과 41.08%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위는 홍준표 한국당 후보였다. 홍 후보의 득표율은 전국 평균 24.03%로 대구와 경북, 경남 등 3곳에서 문 당선인을 이겼다.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21.41%), 바른정당 유승민(6.76%), 정의당 심상정(6.17%) 후보 등 순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은 ‘전통적 텃밭’ 대구와 경북에서 1위를 달성했지만, 지난 18대 대선 때보다 못한 득표율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수후보 등이 난립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인 탓에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과반에 못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구와 경북에서 홍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5.16%, 48.62%로, 18대 당시 박근혜 후보가 올렸던 80.14%, 80.82% 득표율에는 훨씬 밑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지역주의에 편승한 보수 몰표가 어느정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다양성에 따른 소신투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 당선인은 목표치 30%에서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21.67%, 경북에서 21.73%의 득표율을 기록, 직전 대선 때 받은 19.53%, 18.61%를 넘어서며 선전했다.

또 안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14.91%, 14.92%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유 후보는 12.55%와 8.75%를, 심 후보는 4.71%, 5.17%를 얻었다.

투표 결과, 홍 후보는 박정희ㆍ박근혜 부녀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었던 지역에서도 큰 표를 엊지 못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18대 대선 당시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80.34%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홍 후보는 그 절반인 40.24%를 얻는데 그쳤다. 반면 문 당선인의 경우 지난 대선 때 19.36%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25.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경북도당 측은 “득표율이 낮아진 이유는 대통령 탄핵과 타당 후보들 영향이 크다. 또 구미는 공단지역이 많아 진보후보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당선인은 구미4공단 인근 양포동과 구미3공단 인근 진미동, 구미1공단이 있는 공단2동에서 각각 34.3%, 33%, 30.7%를 얻어 홍 후보(27.9%, 27%, 30.5%)보다 앞섰다.

18대 대선에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양포동과 진미동, 구미1공단에서 각각 73.9%, 68.5%, 66.7%의 득표율로 20~30%대 득표를 얻은 문 후보를 누르고 압승한 바 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인동동의 경우 홍 후보는 34.9%를 받는데 그쳐 박 전 대통령의 76.8%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 당선인은 28.5%의 득표율을 올려 자신이 18대 때 받은 23%를 뛰어 넘었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도 43.53%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곳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전 대선에서 80.87%란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곳이다.

18대 때 이곳에서 18.68%를 얻은 문 당선인은 이번에는 23.0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안 후보는 15.54%, 유 후보는 11.57%, 심 후보는 5.28%를 얻었다.

문 당선인이 대구와 경북 전체에서 유일하게 홍 후보를 이긴 곳도 나왔다.

김천시 율곡동으로 문 당선인은 이곳에서 50.4%를 얻어 17.2%의 득표율 밖에 얻지 못한 홍 후보를 이겼다.

김천 율곡동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가 향하는 방향에 위치한 ‘사드 영향권’ 지역으로, 사드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율곡동 주민들이 사드 반대파인 문 당선인을 지지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드 배치가 진행 중인 성주는 홍 후보가 56.2%의 득표율로 문 당선인(18.1%)을 앞섰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이 얻은 86%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김재호 기자 kjh35711@idaegu.com

고정일 기자 kji@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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