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은 지난 1일부터 삼겹살 1인분 가격을 종전 1만2천 원(200g)에서 1만3천 원으로 1천 원 인상했다. 손님이 줄어들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인건비가 올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주인의 이야기다.
주인 김모(43)씨는 “손님들에게 미안하지만 인건비가 오르면 원재료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웬만하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고 싶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려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한꺼번에 16.4% 오르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수성구의 한 미역국 식당은 종전 1만~1만5천 원이던 메뉴별 가격을 새해들어 1천 원씩 인상했다. 식당 측은 “오랜 경기침체로 힘들었지만 그동안 가격동결을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점포 임차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의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면 가격을 안 올려도 버틸 수 있지만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소비자 물가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구에서 점심 도시락을 판매하는 한 가게는 다음 달부터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업주는 “새해들어 바로 인상을 하려고 했지만 고객 부담을 감안해 2월부터 인상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중”이라며 “기존 최하 4천900원인 가격을 5천900원으로 약 1천 원 올려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시 중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모(37ㆍ여)씨도 조만간 10% 정도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최소 인력만 쓰고 있어서 직원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품질을 낮추든가 아니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려는 사업주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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