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패거리 정치TK 보수 죽이고 있다”

새누리 대구·경북 진성당원 여야로 분열·폐족친박 오명 근심 “TK, 친박아닌 보수 지지”

2017.01.12

분당과 인적청산 등으로 내홍에 빠진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대구ㆍ경북(TK)지역 진성당원들의 마음은 무겁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 종갓집을 자처했던 대구는 여ㆍ야로 나눠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경북은 폐족 친박(친박근혜)이 모인 곳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고립된 섬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새누리당 진성당원 다수는 삼삼오오 모이면 지난 총선에서의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이 폐족ㆍ분열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진박 공천’ 즉 ‘낙하산 공천’만 없었다면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어도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폐족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한 당원은 “친박 패권주의, 패거리 정치가 TK 보수를 죽이고 보수의 가치를 허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지난 총선 전만해도 새누리당은 분열된 야당으로 180석 이상의 의석수 확보를 자신했다.
하지만 총선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 진박 공천, 존영(대통령 사진) 사태 등을 낳으며 원내 제1당이란 지위를 야당에게 내주며 참패했다.

콘크리트 지지기반이었던 TK 민심도 진박 공천 등으로 흔들렸다.

당시 구미갑 출마를 준비하던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진박 공천의 영향으로 대구 중ㆍ남구로 지역구를 옮긴 뒤, 여성단수추천을 받아 주호영 의원의 공천배제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

구미갑은 백승주 현 새누리당 경북도당위원장이 백성태 전 국가정보대학원장과의 경선에서 이기고 당선됐다.
그러나 구미갑 예비후보였던 구자근 전 경북도의원이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여론조사 1위 후보를 컷오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진박 후보’ 공천 논란은 계속됐다.

‘진박’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달성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중ㆍ남구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또 다른 ‘진박’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곽 전 수석을 대신해 달성군에 단수추천돼 당선됐다.
당시 지역구 의원인 이종진 의원은 단수추천 전 불출마를 선언,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대구 동구갑에도 ‘진박’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단수추천을 받아 당선됐다.
공천에 반발한 당시 류성걸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구 북구갑에도 이른바 ‘진박’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현 정태옥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이 지역구 권은희 의원은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진박 공천’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을 두고 벌어진 ‘공천 파동’과 ‘대통령 존영 사태’였다.

친박계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 의원은 공천 마감시간까지 공천 결과를 기다렸으나, 새누리당은 공천 결과를 미루면서 유 의원을 압박했다.
결국 유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후 친박계는 유 의원에게 대통령 사진 반환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한 당원은 “유 의원에 대한 친박계의 집요한 공격으로 수도권 의석 30석 가량이 날아갔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상주ㆍ군위ㆍ의성ㆍ청송, 구미을, 포항북 등의 지역구가 총선 당시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었고, 특히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친박 패권주의에서 기인한 ‘수도권 차출설’에 발목을 잡혀 선거 내내 고전했다.

또 다른 진성당원은 “보수의 종갓집 TK를 갈라지게 한 장본인이 친박이다”며 “총선 때 친박은 경북에서 13석 모두 석권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이는 친박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
유권자들이 친박이 좋아서가 아니라 보수를 지지한 것이란 사실을 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고정일 기자 kji@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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