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금 줄고 일 늘어’ 고달픈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 ‘무용지물’관리업체, 지원금 받으려해고대신 편법 운용 논란

2018.01.11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아파트 경비원들은 더욱 고달파졌다.
임금은 되레 줄고 일만 늘어난 것.
정부가 최저임금 대비책으로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경비원 숫자를 줄이는 대신 아파트단지마다 경비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 13만 원을 받으려면 월급이 19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아파트 관리업체들은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교대로 일찍 퇴근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경비원들은 그나마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입장과 부조리한 상황에 불만을 터뜨리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부터 ‘최저임금 특별상황점검 TF’를 구성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시작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가중된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자 1명당 최대 13만 원까지 지원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 월급이 19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하며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업체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경비원 근로시간을 감축해 월급을 190만 원 이하로 조정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늘리고 교대로 일찍 퇴근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
대구 북구 동변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24시간 맞교대로 3명이 770세대를 관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3명 중 1명은 12시간 근무 후 퇴근해야 한다.
업무 중간에 휴게시간도 늘어난 상황에서 3명이 하던 야간업무를 2명이 하게 돼 업무부담은 배로 늘었다.
용역업체 소속인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한 달에 191만 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183만 원으로 줄었다.

경비원 A(69)씨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월급이 오른다고 좋아했더니 되레 월급이 적어졌다”며 “물가도 오르고 세금도 올랐는데 더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파트 관리비를 올려야할 상황이 되자 입주민 동대표회의를 열었다.
이 아파트의 평균 관리비는 공과금을 제외하고 평균 9만 원선. 주민들은 관리비가 10만 원이 넘어가면 경비원 해고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이 아파트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했고 경비원 근로시간을 감축했다.

경비원 B(70)씨는 “최저임금이 올라 월급을 많이 주면 아파트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쓰려고 하지 나이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가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3조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사회보험료 경감 등을 실시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장은희 기자 je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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