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회관 수업 즐겨…할머니 3인방 서예문인화 초대작가 입문

<20> 봉화 오지의 세 할머니

2018.01.14

봉화의 80대 할머니 3인방이 서예문인화 초대작가에 올라 화제다.<br> 왼쪽부터 이원난(80), 송옥란(86), (한 사람 건너) 박추희(83) 할머니.
봉화의 80대 할머니 3인방이 서예문인화 초대작가에 올라 화제다.
왼쪽부터 이원난(80), 송옥란(86), (한 사람 건너) 박추희(83) 할머니.


대한민국 오지로 손꼽히는 경북 봉화에서 80대 할머니 세 분이 서예문인화 초대작가에 등재돼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봉화군 소천면의 송옥란(86)ㆍ박추희(83) 할머니와 봉화읍의 이원난(80) 할머니 등 세 명이다.

이들 할머니들은 지난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서예문인화 초대작가로 데뷔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혼돈의 시대를 몸소 겪으며 생존을 위해 살아야만 했던 할머니들은 학교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칠십이 돼서야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방법을 찾았고 붓을 잡았다.

소천면에 사는 송옥란, 박추희 할머니는 봉화읍으로 나오려면 소천면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공용버스를 타고 소천면 소재지로 이동,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남짓 걸리는 봉화읍까지의 길을 가야 했다.
송 할머니 등은 먼 길을 서너 시간씩 오가면서도 배움의 고픔을 즐거움으로 채웠다.

세 할머니는 지난 10여 년 동안 봉화문화원과 여성문화회관, 노인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한문교실과 서예, 문인화 교실 등을 찾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배우고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논어의 첫 구절처럼 마냥 즐거웠다는 할머니들의 열정과 노력은 영남미술대전, 김생서예문인화대전, 경북서예문인화대전 등에서 특선과 입선 등 많은 수상으로 결실을 거뒀고 마침내 초대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과 다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송옥란 할머니는 “몸이 힘들고 아파도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게 참으로 즐거웠다.
누구든 배움에 게으르지 않다면 할 수 있다”며 “공부하는 젊은이들도 열심히만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추희 할머니는 “무엇이든 배운다는 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같이 배우는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더욱 좋았다.
자식들도 열심히 응원해줬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원란 할머니는 “평생에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뤄서 매우 기쁘다.
기회가 없어서 배울 수도 이룰 수도 없었던 것을 이뤄서 더 바랄 게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완훈 기자 pwh0413@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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