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한풀 꺾여 산책하는 시민으로 붐벼야 할 신천둔치는 한산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부모와 학생들로 가득해야 할 신천 스케이트장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이른 시간부터 등산객이 몰리는 앞산 역시 등산객의 발걸음이 뜸했다. 이날 오후 4시께는 해가 떨어지지 않은 시간임에도 절반이 넘는 차량이 전조등을 켠 채 운행하기도 했다.
불청객 ‘미세먼지’가 18일 오전부터 대구지역을 습격하자 나타난 모습이다.
시민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했고 차량에 쌓인 뿌연 먼지가 나쁜 대기질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줬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성로지만 미세먼지가 오전부터 시작해 오후까지 이어진 탓에 거리는 한산했다. 도로변 곳곳의 분식점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나마 외출한 시민 대부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직장인 김경규(33)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보통 봄에 미세먼지가 심한데 겨울까지 이렇게 미세먼지로 괴로워하게 될 줄 몰랐다”며 “이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낮 대구의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는 122㎍/㎥, 초미세먼지 농도는 91㎍/㎥로 온종일 ‘나쁨’ 수준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동성로뿐만 아니라 2ㆍ28중앙기념공원을 비롯해 국채보상기념공원 등 도심 곳곳의 공원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도 아이의 웃음소리와 뛰어다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외출을 자제시킨 탓이다.
강정고령보 일대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대여해주는 종사자도 시민의 발길이 끊어져 한숨을 지었다.
반면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는 미리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시민이 마스크를 찾으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일부 편의점은 마스크가 동나기도 했다.
또 감기가 유행하는데다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이어졌다.
대구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미세먼지 탓에 환자가 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존 감기 환자들이 미세먼지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 감기 환자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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