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경희 유품, 대구시민 품에 안기다

발행일 2015-11-30 01: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딸 이단원씨 자료 717점 기증
“나라사랑 알리는데 도움되길”
“대구시, 오늘 감사패 전달

1947년 9월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 부총재 김구가 경북도지부장 이경희 선생에게 보낸 비밀편지.


“이경희 선생, 긴급하게 협의할 일이 있으니, 6월 5일 오전 10시에 아무도 모르게 나를 찾아 왔으면 하오…”

1947년 5월 29일 당시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이승만 총재가 독립운동가 이경희(1880~1949) 선생에게 보낸 서신이다.

독립운동가 이경희 선생의 딸 이단원(82ㆍ경기 양평)씨가 이 서신을 포함해 60여 년간 소중하게 간직해온 이경희 선생의 유품 자료 등 717점을 대구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이씨가 대구시에 기증한 유물은 이경희 선생과 이승만, 김구 선생 간 비밀편지 4점 등 독립운동 관련 유물 19점이다.

이경희 선생의 선친인 이병두옹이 고종으로부터 받은 서신 1점도 기증품에 포함돼 있다.

이병두 옹은 한의사이자 한학자이며, 경북 지역에서 노비해방을 처음으로 단행한 개화기의 선각자로 알려졌다.

기증품은 이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해온 백남준 판화 2점 등 미술품과 도자기류 등 31점, 개인소장 도서ㆍ자료 667점 등도 포함됐다.

이씨는 부친의 항일운동으로 가세가 기울어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미술품과 도서류 등을 수집해 왔다.

이씨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것은 마땅히 백성된 양심으로 한 것이니 자랑 같은 것은 하지 마라’고 하셨다”며 “아버지가 남기신 유품들을 정리하던 중 그냥 묻어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 유물을 대구시에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독립운동의 정신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후대에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라 잃은) 못난 나’라는 의미인 지오(池吾)를 호(號)로 삼은 이경희 선생은 1880년 대구 무태에서 태어났다.

대구와 안동에서 교편을 잡던 중 나라가 망하자 독립운동에 나섰다.

선생은 1922년 항일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해 1923년에 조선총독부 폭파를 계획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대구망우공원에 공적비가 있으며,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80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공로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0일 대구시청에서 소중한 유품과 자료를 기증해준 이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또 이씨의 기증품 중 서신 등 주요 유물을 대구근대역사관 상설전시장 독립운동 부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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