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년6개월과 3년. 구미 송림아파트 재건축 비리 사건(본보 3월8일 10면, 3월17일 10면 보도)과 관련해 지난 26일 재판부(대구지법 김천지원)가 건설업자 주모(50)씨와 조합장 백모(50)씨에게 내린 판결이다.
재판에 참석했던 피해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1심 판결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웠다. 주씨에겐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과 배임, 업무상 횡령이 모두 적용됐다. 원래 검찰은 10년을 구형했었다. 1심 재판에서 절반 이상이 준 셈이다. 지난 2월 천안에서는 특가법상 횡령, 뇌물수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에게 징역 7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1억6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죄질이 무겁고 피해자가 다수이며 조합원 상당수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저당권이 말소됐고 피해금액 6억원을 변제한 점, 실형 전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근거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송림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신탁재산 56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조합 측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15일 새 임원진을 구성한 송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주씨가 백씨와 짜고 개인 채무를 조합으로 돌렸고 피해자들이 그 빚에 깔려죽을 판인데 형량이 너무 낮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주씨가 송림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상관없이 몇몇 업체에 돈을 빌린 뒤, 그 빚을 조합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일부 채권자들과 짜고 빚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조작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조합 채무의 상당수가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데도 주씨와 백씨의 단독행위 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통과됐다. 이 때문에 한 조합 관계자는 “수사 대상을 전 조합 이사와 감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검찰이 보전조치한 주씨 소유의 부동산 일부가 매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을 믿어도 되나’라는 이야기까지 나돈다”고 말했다.
주씨에게 속아 가짜 입주권, 속칭 ‘물딱지’를 산 피해자들도 판결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 재판과정에서 제외됐다. 물딱지 사기 과정에는 주씨, 백씨 뿐 아니라 시공사 대표와 종교 관계자, 전 관리소장 등도 개입됐다. 앞서 지난 1월 송림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들을 고발했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박종길 조합장은 “남아있는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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