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가 축제 모습 주막 ‘적폐가격 청산’ 눈길…취업멘토링 행사도

선정문구·바가지요금 없애 건전 문화 자리매김 도서관 차분한 분위기…인근 역무원 비상근무

2017.05.18

대학 축제장의 외국유학생 주막. 지난 17일 오후 10시께 경북대에서 외국 유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해 자기 나라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br> 오른쪽은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영남대 도서관. 천마대동제 첫날임에도 중앙도서관 에이스라운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br>
대학 축제장의 외국유학생 주막. 지난 17일 오후 10시께 경북대에서 외국 유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해 자기 나라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영남대 도서관. 천마대동제 첫날임에도 중앙도서관 에이스라운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축제의 계절 5월을 맞아 대구ㆍ경북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학가 축제의 고질적 문제로 인식돼온 선정적인 문구와 바가지 요금 등은 없었다.
단순히 마시고 노는 문화에서 벗어나 취업멘토링과 전시ㆍ관람 등이 새로운 축제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축제를 통해 각 과의 개성을 살린 메뉴와 단체의상 등을 선보이며 타 과와의 교류를 즐겼다.
외국인 교환학생들 역시 자국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조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반면 취업벽에 직면한 취업준비생과 비상근무를 서야하는 역무원 등 축제가 고달픈 이들도 있었다.

지난 17일부터 막을 올린 대구ㆍ경북 대학 축제분위기를 둘러보고 다양한 이들을 만나봤다.

◆성숙한 축제문화 자리잡아
대학가가 건전한 축제를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대구ㆍ경북지역 대학은 각종 축제 논란 등을 의식한 듯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학생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도 함께 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8시께 경북대와 영남대 주막 거리 주변은 손님들로 가득찼다.

주막 현수막에는 ‘우리집 비어(beerㆍ맥주)’부터 이번 대선 후보의 문구를 고친 ‘손님이 먼저다.
적폐가격 청산’ 등 기발한 문구다 많았다.
‘술 묵자, 밤새 노자, 안오면 고자’ 등 재치있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주막의 일일 종업원인 학생들에게선 그동안 지적돼왔던 선정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단체 티셔츠를 갖춰입었다.
각 과의 특성을 살려 기모노 등 외국 전통의상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고 인형탈을 쓰고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각국 전통음식을 선보이며 주막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 한켠에는 이색적인 음식 냄새가 풍겨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초대가수 공연이 펼쳐지자 주막에 있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대쪽으로 뛰어가는 등 여전히 관심이 높았다.

이날 영남대 축제에 참여한 박경규(51ㆍ동구 율하동)씨와 김성화(48ㆍ여)씨 부부는 “예전에는 주막이름이나 음식메뉴가 선정적이라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자유로우면서도 친목을 다지는 바람직한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전시 등 대학 축제의 진화
대학 축제가 취업 멘토링과 전시회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영남대는 70주년 대동제를 맞아 트랜스아트학부 학생들이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실력을 발휘했다.
학생이 직접 주도하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재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오후 70주년 대동제를 시작한 영남대 정문에서는 조명이 켜진 예술 작품과 사진을 찍으려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전시된 작품은 나무껍질을 붙여 만든 사슴, 종이박스로 만든 분홍색 공룡 등 총 6점. 미술학부 트랜스아트전공 학생 30여 명이 6개 팀으로 나누어 팀당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로부터 여기저기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작품 ‘월광’을 제작한 이중화(20ㆍ영남대 미술학부 트랜스아트 1학년)씨는 “그림자를 이용하는 작품이어서 달빛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큰 호응을 얻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날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은 오후 6시부터 ‘2017학년도 인문대 동문의 밤 및 취업 멘토링’ 행사를 열었다.
학생들은 동문선배들에게 진로와 취업에 대한 경험담을 듣게 돼 만족해했다.
이날 개회식이 끝난 후 조만현 인문대학 동창회장 등 3명의 동문이 특강을 하기도 했다.

◆축제가 달갑잖은 사람들
반면 해마다 돌아오는 축제기간이 되면 고달파지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학교도서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지하철 역무원들은 갑작스럽게 인파가 몰리면서 축제기간 내내 비상근무를 선다.

17일 오후 9시10분 영남대 중앙도서관의 제1열람실은 밖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도서관 내부에서는 이날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였다.

중앙도서관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던 신덕현(27ㆍ행정학과)씨는 최근 준비하던 공무원시험을 포기하고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씨는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은 즐겁게 노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대학생 신분임에도 대학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또다른 취준생 성현우(26ㆍ토목공학과)씨는 “지난해에는 다 포기하고 같이 놀고 싶었지만 반복이 되다보니 이제는 별 다른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축제가 끝난 뒤 도시철도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붐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미소가 피어오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역무원들은 한껏 긴장한 모습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축제기간이 되면 평소보다 40%가량 많은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축제 전날인 지난 16일 1만4천여 명이 영남대역을 이용한 반면 축제가 시작된 지난 17일에는 1만9천여 명이 도시철도를 이용했다.

축제기간 도시철도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유명가수가 올 때면 하루 3만여 명의 인원이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에 혹시 모를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선다.
승객 대부분이 학생인데다 음주를 한 상태이기 때문.
김대현 역장은 “만취한 학생들이 역 안에서 구토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매너있는 지하철 이용으로 안전한 귀가길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아람 기자 aram@idaegu.com
김종윤ㆍ김현수ㆍ이주형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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