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의 여름…“바람 한점 들지않는 방…수압 약해 샤워도 어렵죠”

발행일 2017-07-17 20:21: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창문조차 없는 집 많아설거지 못해 악취 진동모니터링·생활용품 등대구쪽방상담소 후원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게 폭염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죠.”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난 16일 오후 대구쪽방상담소 직원과 함께 찾은 대구 중구 대안동의 속칭 ‘쪽방촌’은 바람기 한 점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주열(58)씨의 방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서자 마치 불가마에 들어온 것처럼 열기가 느껴졌다.

화장실에 있는 유일한 창문은 옆 건물 벽을 마주 보고 있어 바람은 물론 햇빛조차 들지 않았다. 방 안에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김씨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단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막노동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마저도 3일에 하루 밖에 못한다.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아 하루 일하면 이틀은 앓아누워야 하기 때문. 먹는 것도 여의치 않다. 그의 방에는 냉장고도 주방시설도 없다. 휴대용 가스버너와 밥통, 몇 가지 식기 등이 전부다.

때문에 몸이 아픈 날에는 끼니를 거르는 날이 허다하다. 밥을 해 먹어도 설거지가 문제다. 수도의 수압이 약해 물도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시뻘건 녹물이 함께 나온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설거지를 못해 방치해 둔 식기 등으로 악취가 더 심해진다.

그는 “수압이 약해 샤워도 잘 못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것 외에는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쪽방촌에서 만난 유선희(60ㆍ여ㆍ가명)씨도 낡은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보내야 한다. 방은 작은 창문조차 없어 선풍기를 틀어도 땀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하루에 3시간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유씨는 최근 목디스크와 관절염 때문에 일을 쉬고 있다.

유씨는 “여름에 목욕탕 냉탕에 들어가면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들어 날씨가 너무 더운 날에는 하루종일 목욕탕에 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5천 원이 없어 못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민규(52ㆍ가명)씨도 낮에는 아예 방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쪽방 전면에 햇빛이 비치기 때문이다. 그의 방 어디에도 정면으로 비치는 햇빛을 피할 공간이 없었다.

대구의 쪽방에서 무더위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이들은 현재 모두 78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0세 이상 노년층이 50%에 달하며, 38%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 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대학생ㆍ기업 주거 서포터즈’를 꾸려 쪽방촌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주 2회에 걸쳐 폭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 기간 쪽방상담소 직원 등은 쪽방촌 거주민들을 찾아 라면과 생수, 물수건 등의 구호물자를 제공한다.

강정우 대구 쪽방상담소 사무국장은 “여름철은 특히 쪽방촌 주민들에게 더 힘든 시기다”며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쪽방촌 주민들의 무더위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주형 기자 coo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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