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카톡’…업무지시 단톡방 사라질까

직장인 74% “업무관련·습관적 연락에 시달려” 국회 ‘카톡금지법’ 발의…경영계 “현실성 없다”

2017.08.10

#1. 중소기업 마케팅부에 근무 중인 윤정길(33ㆍ동구 신암동)씨는 끊임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직장상사가 포함된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퇴근 후에도 업무사항으로 쉴 새가 없다.
간혹 정시 퇴근하는 날이면 야근 중인 상사의 지시로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2. 지역 단위농협에서 근무하는 이용환(31ㆍ수성구 범물동)씨는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카카오톡으로 난데없이 업무지시가 떨어져 약속을 취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퇴근 이후에도 업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의 애환”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퇴근 후 스마트폰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업무지시가 사라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퇴근 후 업무카톡을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 중인 상황에서 국회에서 일명 카톡금지법이 차례로 발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실시한 근로 관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4%가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급한 업무처리로 인한 연락은 42.2%였고 55.4%는 습관적으로 이뤄진 연락이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초과근로시간은 주당 11.3시간 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국회에서는 손금주, 이용호, 유승민, 신경민 의원이 차례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예외를 둘 수 있으나 위법 행위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앞서 발표한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또한 골자는 퇴근 후 업무지시를 연장근무로 보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영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퇴근 후 상사의 업무 지시에 대해 부하직원이 불법이라며 따르지 않기는 사실상 어렵고 다양한 특성을 가진 기업에 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A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야근비가 주어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 야근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법으로 규정해 야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기업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카톡금지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적 규정보다도 근로문화와 조직문화가 개선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보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과 민간 부문에 시행해 근로감독과 지도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봉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법ㆍ행정학부 교수는 “상사가 업무지시를 했다고 해도 현 조직문화상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며 “선진국 같이 근로문화와 조직문화가 성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