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소 건설 영향?…포항강진 원인은

발행일 2017-11-16 21:06: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일본 대지진 여파 등 의견 제기
기상청, 관학연 합동조사 나서

15일 발생한 포항 강진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이 일어났다는 의견과 지진이 일어난 곳에서 약 2㎞ 떨어진 지열발전소가 영향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일부 학자는 오랫동안 응력이 축적된 단층들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연쇄적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 지난해 경주와 이번 포항 지진은 진앙을 기준으로 43㎞가량 거리다. 다만 정밀한 데이터 분석 없이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연적인 단층 활동에 더해 인위적인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는 지열발전소 건설이 영향을 줬다는 것. 현재 90% 정도 건설된 것으로 알려진 이 지열발전소는 지하로 몇㎞ 깊이의 구멍을 뚫어 물을 투입해 데운 뒤 그 물을 다시 끌어올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 건설로 지하로 구멍을 뚫고 내려간 것이 이번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이번 강진이 발생하기 전 지열발전소 인근에서 미소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와 관련해 근거로 제시되는 사례는 미국의 셰일가스 추출 기법으로 인한 지진 발생이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수압파쇄법’으로 오하이오 주와 오클라호마 주 등에서 잦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흔히 ‘프래킹(fracking)’으로 불리는 수압파쇄법은 셰일가스를 저장한 암석을 깨기 위해 지하로 구멍을 뚫어 물과 화학물질을 흘려보내는 방법이다.

이로 인해 지하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단층이 반복적으로 하강해 지진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인데 지열발전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해 인간이 만든 인공 지진 위험에 700만 명이 노출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올해 8월에는 오클라호마 주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해 셰일가스 시추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열발전소 건설 외에도 포항분지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주입공 시추 작업 등도 앞으로 지진 발생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상청은 강진 발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학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학계에서는 유인창 경북대 교수와 강태섭 부경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 이준기 서울대 교수 등이 참가한다.

이들은 현장조사에서 진앙 주변 지역 기존 관측망 외에 약 40곳(기상청 9곳ㆍ지질자원연구원 6곳ㆍ부산대 2곳ㆍ서울대와 부경대 20곳)에 이동식 지진계를 추가로 설치해 작은 규모의 지진까지 관측할 계획이다.

지진계를 통해 관측된 자료는 상호 공유해 포항지진을 일으킨 지진단층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지진특화연구센터로 지정된 경북대와 공동으로 진앙 주변에 대한 중력ㆍ자력 분석과 지질을 조사하고 위성자료를 이용한 지표변위 분석과 지진피해에 근거한 진도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