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뇌성마비인 줄 알았는데…약 바꾸니 ‘벌떡’

대구 대학병원 ‘세가와병’ 오진…약물치료 가능 “가족에 1억 손해배상하라” 법원 강제조정 결정

2017.12.06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누워있던 여성이 13년 뒤 유전성 희귀난치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치료 이틀만에 일어나 걸었다.

환자 보호자는 병원의 오진 때문이라며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병원이 1억 원을 배상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대구지법 제11민사부(신안재 부장판사)는 대구지역 A대학병원 학교법인이 서모(20ㆍ여)씨 가족에게 1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며 강제 조정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양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 등에 따르면 서양은 1997년 태어나 만 3세가 되도록 까치발로 걷는 등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했다.
2001년 A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진료한 결과 뇌성마비 중 ‘강직성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서씨는 수차례 입원 치료도 받았다.

2009년에는 경직성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고 2011년엔 상세불명의 뇌성마비 진단도 받았다.

서씨는 국내 유명 병원은 물론 중국과 미국의 병원들도 찾아가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뇌병변 장애 2급에서 1급 판정을 받았다.

2012년 7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가 “뇌병변이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구의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씨가 앓던 질환이 뇌성마비가 아닌 ‘도파반응성 근육 긴장’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세가와병’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생한다.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며 소량의 도파민 약물을 투약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세 살 때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0년 이상을 누워 지낸 서씨는 약을 바꾸고 이틀 만에 일어나 걸었다.

A대학병원 측은 “세가와병은 유전성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초진 당시에는 국내외 의료계에서 진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환자 보호자가 국내 유명 대학병원과 해외 유명 병원까지 다녔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소아신경학 교과서에 소개된 것도 2013년이다”고 해명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장영수 변호사는 “대학병원 측은 당시 의료 기술과 학계 연구 상황에서는 세가와병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며 “판결은 아니지만 의사에게 진료 시 희귀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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