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일거리도 없는 쪽방민…한숨마저 ‘꽁꽁’

발행일 2017-12-18 20:22: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연탄도 땔 수 없어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
여름보다 수입 줄어…“일자리 마련 시급”

쪽방민이 때이른 한파 탓에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김민욱(58)씨가 거주하는 대구 서구 비산동의 쪽방 내부.


2평 남짓한 좁은 방의 절반은 전기장판이 차지하고 있다. 전기장판 가까이에는 야외용 가스버너가 있고 밥솥, 냄비 등 생활용품이 있다. 바닥은 얼음장 같았고 야외에 있는 것처럼 입김이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그곳에서 잠자는 등 생활을 한다.

겨울을 보내는 쪽방민이 사는 쪽방의 모습이다.

대구지역 내 쪽방민이 때이른 한파로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늦여름까지 이어진 터라 3개월 만에 찾아온 이른 추위는 쪽방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18일 오후 2시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쪽방촌.

김민욱(58·가명)씨가 사는 이 쪽방은 각종 옷과 전기장판 등으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그의 방은 얼음동굴 같았다. 햇빛조차 들지 않아 벽과 바닥에서 냉기가 뿜어 나올 정도. 때문에 전기장판도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김씨가 사는 쪽방은 기름ㆍ연탄 등의 난방시설은 전혀 없다.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문풍지가 덕지덕지 붙어져 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김씨는 “올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탄이라도 땔 수 있는 집은 부러울 정도”라며 “더위와 사투를 벌인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워서 그런지 여름이 생각난다. 최소한 여름은 일자리 걱정이라도 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쪽방민이 겨울을 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로지 전기장판에 의지하는 것이 전부.

이는 오래된 건물인 쪽방에 난방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탄조차 땔 수가 없다.

이처럼 쪽방민이 여름나기보다 겨울나기가 더 어려운 점은 일거리가 없다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일용직 근로자 김씨의 경우 최근 보름 동안 인력사무실에 나갔지만 단 2일만 일할 수 있었다.

결국 수입이 없어 여름에 모아둔 돈으로 방세, 생활비,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쪽방문제를 해결하려면 쪽방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며 “특히 겨울철이 심각하다.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정부나 지자체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면서 번 돈으로 작은 집을 구하는 등 쪽방이 없어져야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대구지역 쪽방에 거주하는 쪽방민은 760여 명으로 추정된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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