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화풀이 전락 ‘보도블럭’…교체시 혈세 투입

발행일 2018-10-18 20:03:0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최근 인도 등에 설치된 보도블록이 각종 집회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낙서로 뒤범벅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권혁태 대구노동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노동단체가 노동청 앞 보도블록에 래커로 자신들의 주장을 써놓았다.


18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대구고용노동청 앞.

대구노동청 앞 보도블록에는 ‘적폐청장 사퇴하라’ ‘권혁태 OUT’ 등의 문구가 래커로 여기저기 낙서가 돼 있었다. 대구노동청 마당에 있는 경북노동위원회 입간판에도 같은 내용으로 된 낙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권혁태 대구고용노동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한 노동단체의 항의 메시지다.

반대로 ‘시끄럽다’ 등 노동단체를 비난하는 낙서도 눈에 띄었다.

래커 낙서로 얼룩진 인도를 본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일대 사는 김모(34)씨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집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공물을 훼손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블록이 각종 낙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집회 시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은 대부분 사라진 대신 낙서 등 공공물손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 측은 미리 준비해놓은 래커 등을 이용해 낙서하는 등 보도블록은 이들의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를 교체하는 데에는 시민들이 낸 혈세가 투입된다.

보도블록 낙서는 엄연히 공공물손괴에 해당돼 지자체가 신고할 수도 있지만 노동ㆍ시민단체와 노조를 의식해 자체 해결하는 등 속앓이만 하고 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구노동청 앞 보도블록이 낙서로 훼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집회 주최 측인 노동단체에 낙서를 지워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시정이 되지 않자 보도블록 낙서를 구청 자체적으로 지울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에도 한 시민단체가 대구시청 유리문과 광장 바닥에 래커로 낙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대구시도 자체적으로 낙서를 제거하는 작업을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 낙서를 지우는 데 들어간 비용은 700만 원이다.

하지만 공공물손괴에 따른 처벌은 미미하다.

낙서를 한 사람은 현장에서 현행법으로 잡거나 CCTV가 있으면 추적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경미한 범죄라 낙서한 사람을 잡는 경우는 드물다. 잡힌다 해도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과태료 4만∼6만 원만 내면 끝난다.

대구의 한 공무원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집회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경찰도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단속을 펼쳐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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