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천수 무궁화봉사단 회장 “눈물 젖은 감자밥 먹은 기억…어려운 이웃 보면 떠올랐죠”

꼬마 도운 계기 봉사 시작 자원봉사대상 본상 수상

2018.12.06

김천수(60) 대구 중구 무궁화봉사단 단장은 어릴 적 겪었던 처절한 배고픔이 봉사 활동의 계기가 됐다.<br> 사진은 김씨가 자장면 면발을 뽑고 있는 모습.
김천수(60) 대구 중구 무궁화봉사단 단장은 어릴 적 겪었던 처절한 배고픔이 봉사 활동의 계기가 됐다.
사진은 김씨가 자장면 면발을 뽑고 있는 모습.

“열여섯 살 때 돈이 없어 사흘을 굶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산골 화전민을 만났는데 제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감자밥 한 그릇을 건네더라고요. 감자밥을 먹으며 흘린 눈물을 어떻게 잊겠어요.”
자원봉사자의 날(12월5일)을 맞아 지난 5일 만난 대구 중구 무궁화봉사단 김천수(60)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봉사 활동은 처절한 배고픔에서 시작됐다.

김 단장은 가난한 집안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70년대 대개 어려운 집안이 그러했듯 그 역시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생업에 뛰어들었다.
스물세 살 되던 해, 그토록 원하던 중국집 사장이 되기까지 공사장 일용직부터 이발업 등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때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요. 어릴 적 꿈이 사장님 소리 들어보는 거였는데 꿈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느 날 중국집 문밖을 서성이던 꼬마 소녀를 만나면서부터다.

“가게에 들어오지도 않은 채 밖에서 자장면 먹는 손님들을 보고서 있더라고요. 얼른 들어오라고 한 뒤 자장면 한 그릇을 내줬어요. 소녀는 자장면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 속에 감자밥을 먹으며 울었던 어릴 적 제 모습이 겹쳐지더라고요.”
그렇게 그의 자원봉사 활동이 시작됐다.
시작은 단순히 배고픈 이들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대접하는 것이었다.
파지 줍는 할머니, 길거리 노숙자, 때 묻은 얼굴을 한 아이들 모두가 김 단장의 손님이 됐다.

그는 아예 봉사활동을 위한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그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나니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1998년 봄 결성된 중구 무궁화봉사단은 어느덧 4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김 단장을 필두로 무궁화봉사단 회원들은 각자 특기를 살려 유리ㆍ방충망ㆍ새시 교체, 벽지 도배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활동은 제16회 대구자원봉사대상 본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김 단장은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157㎝ 작은 키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봉사활동을 할 때만큼은 거인과 같은 힘을 내기 때문이다.
2002년 가게 확장공사 중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지만 붕대를 감고 봉사활동 현장에 나와 자장면을 만들던 그의 모습은 무궁화봉사단 회원들에게 귀감이 됐다.

한편 오는 10일 수성구 라온제나 호텔에서 제22회 대구자원봉사자 대회가 열린다.

대구시는 전국 특ㆍ광역시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자원봉사부문 3년 연속 최우수도시로 평가를 받았다.
주요 수상자는 대구자원봉사대상 한옥자(63ㆍ서구 평리동)씨, 본상 김천수(60ㆍ중구 대봉동)씨와 박만수(79ㆍ동구 효목동)씨 등이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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