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학분 전 영광의원 원장, 자신의 시신 기증 “후학양성 위해 써달라”

해부용 시신부족 안타까워 10년 전 남편과 약속연구비 1억 원 쾌척하는 등 지역의료 발전 앞장

2018.12.06

배학분 전 원장
배학분 전 원장

의료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 여의사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위에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만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며 시신 기증을 통해 지역 의료계에 숭고한 뜻을 알린 고 배학분 영광의원 전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배학분 전 원장은 10여년 전 남편 김재식 경북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와 함께 시신 기증을 결정했다.

해부용 시신이 부족해 의과대학생들의 의료실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였다.

1935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 수도의과대학(고려대 의과대학 전신)을 졸업하고 1976년 대구 중구 대신동에서 ‘영광의원’을 개업해 40여년간 운영했다.

1989년에는 한국여의사회 대구시지회장을 맡을 정도로 지역 의료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역 의료계 동료ㆍ후배들은 1억 원 이상의 의료 연구비를 쾌척하는 등 후학 양성에 누구보다 앞장선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로원과 보육원을 다니며 무료 진료를 펼치고 여성상담소를 운영하는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게는 무료로 진료해주며 약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등록금이 부족한 신학생들을 도와주고 가난한 교회를 위해 기부하는 등 독실한 종교인의 삶을 묵묵히 걸었다.

시신기증 사연은 배 원장의 후배인 이재태 경북대 핵의학과 교수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재태 교수는 “1978년 김재식 교수님을 통해 배학분 선생님을 알게 됐다.
선생님의 옅은 미소가 아직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바라본 배 원장은 강인한 여성이자 따뜻한 어머니였다.

5남매를 키워내고 같은 의사인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 역할까지 분주한 삶을 살았다.

자녀들조차 작고 후 시신기증 소식을 접할 만큼 생전 모든 기부 사실을 비밀에 부치는 등 그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했다.

배 원장의 둘째 사위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은 “임종을 앞둔 마지막까지 ‘많은 이들과 약속한 기부를 지켜야 한다.
명심해라’는 말을 남기셨다”며 “영광의원은 처남댁이 장모님의 뜻을 이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빈소가 마련된 동산의료원 장례식장에는 배 원장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만 100명이 넘게 찾아와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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